대학생 때 가끔 저는 인숙쌤(비스타 김인숙 대표님 & 저한테는 브랜딩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비스타가 합정에 자리를 잡았을 때, 사무실에서 지정언니를 가끔 보게 되었어요. 비스타 매니저로 일하며 살갑게 맞아주던 지정언니를 저는 막연히 궁금해했었죠. 비스타 멤버스데이에서 MC로 활약한 게 특히 기억에 남는데, 앞에서 본인이 튀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분위기를 깔아줘 멤버들이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봤던 게 벌써 2년도 전의 일이네요.
언니는 비스타에서 나와 원래 하던 강사 일에 더욱 몰두했고, 지금은 1인기업으로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비스타피플에 언니를 소개하고 싶어 연락을 드렸죠. 오랜만에 본 언니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안정적인 느낌이었어요. 강사 일을 한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강사 코칭을 하는 강사로도 활동할 정도니까요. 진로코칭, 학습 코칭, 교육 기획, 교육 기획 교육, 진로 교육, 법정 의무교육, CS 교육 등을 하는 지정언니는 예전엔 잘 안되면 고향에 내려가야지 했는데, 이제는 강사로 실패했을 때의 플랜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길을 지나갔을까… 저는 또 궁금해졌습니다.
강사로 자리를 잡기까지
민주: 원래 사회복지사였잖아요. 왜 강사로 전향하셨어요?
지정: 대학을 다닐 때 거의 100% 제가 발표를 맡았어요. 그렇다고 그때부터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사회복지 전공이었고, 졸업하면 사회복지사가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나는 말로 먹고살고 싶어”라고 얘기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스물다섯 즈음에 무슨 교육을 한 번 들었는데, 거기 왔던 강사님이 본인의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을 띄워놓고 강의를 진행하시는 거예요. 전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그 사람의 메시지가 되게 확 왔어요. ‘저 사람 되게 멋있다’ 이 생각했었죠. 그게 스쳐 지나가듯이 마음에 남았던 거 같아요. 조금씩 강사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검색도 해보게 되고.
민주: 강사 전에 공부할 거 많지 않아요? 마음만 먹는 게 아니라 시간도 많이 필요했을 텐데….
지정: 제가 원래 조기 취업을 해서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출근하고 또 출근하고 3년 하다가 ‘출근 퇴근 쳇바퀴 돌 듯하며 살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때 한번 멈추고 싶었어요. 제가 대학 다닐 때 휴학을 안 했으니까 휴학하듯 1년 나한테 주자 했죠. ‘1년은 안 벌어도 돼’라면서. 중간에 돈 모자라면 알바도 좀 하면서 1년 안에 강사 일로 버는 월수입 200만원이 안 만들어지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려고 했죠. 그때 아카데미도 다니고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했죠.
민주: 주변에서는 어땠어요? 언니는 말 잘해서 다들 응원해 줬을 거 같은데.
지정: 강사 된다고 했을 때 사투리 억양이 너무 강해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받았죠. 목소리가 떽떽거린다든지. 어떤 표현상의 문제랄지. 많이 부족하다면서 하지 말라고. 점점 주눅도 들었고 많이 울었어요. 그렇지만 그만큼 저도 오기가 생겨서 ‘내가 보여줄게’ 하면서 부딪친 거죠. 중간쯤에 아직도 강사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었어요. 돈은 충분히 버냐고. 그래서 제가 얼마쯤은 번다고 하니까 엄청 놀라시더라고요.
민주: 아, 전 언니가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그 사투리 억양이 되게 정감있고 살갑게 들리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봐요. 그게 플러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과정도 거쳐서 이제 5년차 잖아요, 그 과정에서 힘들었을 때, 흔들렸을 때는 없으셨어요?
지정: 작년까지도 그랬어요.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많이 얘기하셨죠. 돈 벌지 말고 공부하라고. 그러면 ‘엄마, 다른 사람들은 공부하려고 서울 가는데 왜 내가 내려가서 공부해야 되냐, 무슨 공부를 해야 하냐’ 그랬어요. 그래도 하도 그런 말을 듣고 갈등 아닌 갈등이 있으니까… 남들처럼 그냥 일하다가 결혼해라 이러거든요. 네가 뭐, 얼마나 거창한 걸 할 건데 하면서.
민주: (한숨)
지정: 그러면 저는 프리랜서 개념을 정립시켜드리기도 어렵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요. “음…” 이렇게 있었죠. 그러다가 작년 9월 즈음에 ‘올해까지는 진짜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볼게. 그렇게 했는데 답이 없다면, 다 접고 내려갈게” 이랬어요. 진짜 그럴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12월 딱 되니까 여태까지 벌었던 것보다 수입도 올랐고, 강의 범위도 넓어졌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뒤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예전에는 마음 한켠에 안되면 때려치우고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쯤 프로필에 연차를 쓸 일이 있어서 보니까 사회복지 했던 경험보다 강사 경험도 더 길어졌더라고요. 그때 ‘와- 나 5년 차나 됐어. 그래도 이걸로 먹고는 사는구나’ 했죠.
민주: 젊은 우리들에게는 그 5년이라는 게 절대로 짧은 기간이 아닌데... 그 시간을 견뎌 낸 거네요. 저도 프리랜서로서 참 남의 일이 아니라서, 5년이라고 하니까 엄청 까마득하게 느껴져요. 대단한 거 같아요.
▲사진: 법정의무교육 중 직장내 성희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 일하다보면 언니 스스로도 내가 되게 많이 변했네 싶을 때가 있어요?
지정: 초반에 어떤 강의 주제를 받았던 걸 대상만 달리해서 최근에 또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옛날에 했던 PPT를 켜서 그걸 좀 활용해 보려고 했어요. 근데 해보니까 같은 맥락이어도 제가 하는 말이 다르더라고요. 반응도 다르고. 말밥 먹고 산 게 이제 조금씩 보이는가 보다 했어요. ‘그때는 진짜 못했구나. 이걸로 어떻게 했냐?’ 싶더라고요(웃음).
얼마 전에는 또 강사 스킬업 교육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수업을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 “사실 저도 초반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이 피피티를 끌고 나가는데 바빴어요. 청중, 우리 교육생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내가 만든 걸 해내고 가야 해. 끝내놓고 가야 해.’가 너무 강해서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제 교육생분들 눈 한 번 마주칠 수도 있게 되고요. 얘기 한마디 더 하게 되고요. 그리고 거기 덧붙이는 말들이 생겼어요. 그건 하면 할수록 느는 거 같습니다” 그 얘기 하는데 그건 진짜 제 경험이잖아요. 하면 할수록 는다는 게. 거기서 감동을 받았어요. 내가, 내 스스로. (웃음)
민주: 언니도 어디서 옛날에 수업 들을 때 언니가 했던 말이랑 비슷한 말 들어본 적 있지 않았어요? (웃음) “아니 내가 깜깜해 죽겠는데… 그러니까 그게 언제 되냐고?” 이러면서...
지정: (손뼉 치면서) 맞아요. 맞아요.
민주: 실제로 시간이 해결해 주긴 하잖아요.
지정: 그렇죠. 그 시간이 진짜 중요한데.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겠다는 게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열심히 움직여야 거기 있을 수 있는 거라. 막 나아가야 한다기 보다 그렇게 버텨내는 거, 버텨내는데 시간을 들이는 게 결국 많은 걸 해결해 주는 거 같아요.
민주: 언니를 가장 힘들게 하는게 뭐였어요? 성장을 위해서는 꼭 이겨내야 했던 거요.
지정: 카드 값?(웃음) 조금 더 크게 잡는다면 ‘현실’이라고 얘기할 거 같아요. 제가 매번 강사 일을 접을까 말까 고민했던 때가 훌라우프 돌듯이 찾아오거든요. 왜 그렇게 힘든 쭈구리 기간이 오나, 문제가 뭘까 했더니 다 돈이 없어서였더라고요. 친구들이 놀러오면 한 턱도 내고 싶고, 엄마한테 돈도 드리고 싶고, 근데 이제 돈이 없으면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요. 사람들도 못만나고. 이렇게 하면 내가 진짜 강사를 해도 되나 싶은거예요. 친구들은 직장생활하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결혼도 한다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는데 이게 맞나 싶고. 내가 이걸 할 그릇이 안되나? 싶은거죠. 근데 또 괜찮아지면 열심히 살아요. 이제는 그런 생각은 조금 줄었어요.
민주: 아, 현실이라는 거 너무 좋은데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현실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도 진로로 흔들리면서도 진로 교육을 한다는게 좀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지정: 예전에는 그렇게 흔들리면서 진로 얘기를 해도 되나 방황도 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방황하고 있고요. 그런데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는 법을 아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저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말도 해줄 수 있고요. 이런 일을 해 봤고, 초창기 강의를 할 때는 알바도 하면서 버텼다고, 그리고 밤새고 뭐하고 했던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해줄 수 있잖아요. 말에 힘이 생길 수 있는 건 다 그렇게 방황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구질구질할 정도로 해봤으니까, 진짜 제가 몸으로 아는 거잖아요.
민주: 주변에서 언니한테 강사 일로든 뭐든 고민 얘기하면 뭐라고 말해줘요?
지정: 아, 최근에 아는 분이 강의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을 말씀해주셔서 제가 이제 상황을 아니까 절벽에 서야 한다고 그랬죠. 실제로 그 부분에 공감하시기도 하셨고. 아무튼 앞뒤 없이 지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거든요. 걱정이 생길 정도로 저도 그렇게 내몰아쳐 봤고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친구들한테 ‘너네는 강사 안 부르니?’이런 말 안 했는데 이제는 ‘너네 강사 부를 일 있으면 남한테 부탁하지 말고 나를 써. 내가 부끄럽지 않게 할게’ 그래요. 마다하지 않고 한다고. 사실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저는 그 중에도 강사로 먹고살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계속 일을 받고 내몰아치고 그래요.
호탕하게 웃으면서 특유의 억양으로 쾌활하게 이야기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약간 홀릴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당장 뭔가를 권유하면 (그게 정말 나쁜 일이 아니란 가정하에) 다 의미가 있겠지 하고 따르게 될 것 같은 흡입력이랄까요. 저는 원래 언니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나 홍지정, 강사가 될 사람’이라면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은… 하지만 그건 명백한 판단 미스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완전 노력쟁이였죠.
강사 홍지정이 5년간 말하며 쌓은 노하우
민주: 강의를 기획할 일이 많잖아요. 그 기획을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가령 언니가 강점 찾기 같은 것도 혼자 기획한 거로 아는데, 그때는 어떻게 했었어요?
지정: 처음에는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어요.
▲사진: 성인을 대상으로 기관에서 강의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강의를 진행한다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교육할 일이 있었어요. 한 반에 6~7명 정도가 6개월을 정규 교과수업을 듣는 대신 와서 듣게 하는 거였죠. 자존감 향상과 집중력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어요. 그때 짰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강점 찾기였어요.
그때 마침 인숙 언니(=비스타 김인숙 대표)가 비스타에서 클래스를 하나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죠. 고민하다가 강점찾기를 비스타 클래스 과정으로 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제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는 상태에서 하진 못했고, 성인들이 관심을 가질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타겟층도 아주 좁게 잡아서 20대 대학생 취준생에 맞춰서 했죠. 시작해보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다행히 매달 열렸어요. 한 몇 회까지는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하다 보니까 점점 성인들 데이터가 생겼고, 후기도 나오게 되고, 제 말에 힘이 생겼던 거 같아요.
그때쯤 외부에서 같은 강의를 해 줄 수 없겠냐고 부르는 거예요. 강점이 주제인 책은 다 샀어요. 강점이랑 연결되어 있다는 긍정 심리학책을 또 괜찮아 보이면 다 사고, 또 엄청나게 봤어요.
▲사진: 강점찾기 수업을 위해 참고했던 강점책들
학문적인 지식이 더 생기니까 할 말도 조금 더 생겼어요.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그렇게 기획하면 좀 더 말과 강의 자체에 힘이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민주: 사실 언니가 그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잖아요. 그냥 주제를 읊어보라고 하면 몇 개쯤 되나요?
지정: 어… 한번 해 볼까요? 스트레스 관리, 감정노동, 서비스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 개인정보 보호법, 아동학대 예방법, 인권교육, 대화법, 커뮤니케이션, 불만 고객 응대, 취업 교육, 진로 교육…
민주: 와, 충분한 거 같아요. 진짜 많네요.
지정: 범주로 나누면 그렇게 많은 게 아니에요. 서비스 교육, 진로/취업 교육, 법정 교육, 역량교육, 인권교육, 뭐 그런 것들로 또 크게 분류할 수 있으니까.
민주: 아니, 강의를 두세 개만 진행해도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이런 거 어떻게 다 공부하고 강의 기획안을 짜요?
지정: 그래서 잠 못 자고 열심히 일하고 그러죠. (웃음)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는 걸 자주 봐요. 또 제가 캡처하는 게 취미거든요. 수집을 엄청 많이 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일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그냥 사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면 일단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걸 다 사고 캡처하고, 그렇게 자료수집을 많이 해 놓은 상태에서 풀어요. 세상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있고, 아는 걸 잘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전 사실 후자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자료를 모으려고 하죠.
민주: 와 눈이 빠지겠다. 다 보려면… 그런데 또 언니 강의는 엄청 재밌을 거 같거든요. 실제로 언니 인스타그램에서 본 건데 “흥이 나고 +(플러스) 변화를 드리는 교육을 합니다”라고 써 있었어요. 흥이 나게 하는 언니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지정: 아, 저는 그렇게 웃긴 사람이 아니지만 같은 교육도 좀 더 재밌으면 좋잖아요. 사람들이 강의를 듣다 어떨 때 웃는지, 체크했었어요. 모르는 걸 알았을 때나 자기 기대치가 충족되면 웃고, 자기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그게 공감되면 웃더라고요. 최근에는 병원에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제가 병원에서 실제로 있던 사례들과 이미지를 가져다 썼어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아는 내용이고 익숙한 풍경이니까 ‘저기가 어디 병원이지?’ 이러면서 이야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고 보더라고요. 강의할 때는 그 사람들의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그래서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좀 신경 쓰는 편이고, 정말 생소한 직종의 사람들에게 강의할 때는 이 일 하는 사람 혹시 없냐고 주변에 연락을 돌려봐요. 서비스 교육할 때는 또 “여기서 열 받았던 거 혹시 뭐 없냐”고 지인 카톡방에 다 돌리죠.
지정 언니의 블로그에서는 “나는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쓰여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식이나 내용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라, 가르치고 또 배우는 일을 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면서요. 마음에 사람인을 하나 써 놓고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주고 싶어했고,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같은 얘기도 마음에 닿게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에서 질문을 시작해, 그것이 진로인 거 같아 ‘진로교육’을 시작했고, 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잘 코칭’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더군요.
진로교육을 하는 강사에게 꿈이라는 건 뭘까?
민주: 블로그에서도 그렇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본 거 같은데, 진로 교육 쪽에 언니가 관심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강사 선생님들 하는 말을 어깨너머로 들었는데, ‘진로 교육이 어렵다’고들 많이 하셨어요. 왜 어려운 건가요?
지정: 진로라는 게 사실 나아갈 길을 정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방향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교육자로서 나는 진로 교육에서 ‘해냈다!’ 하는 지점을 잡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취업 교육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너무 좀 단정 지어서 말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분들이 종종 계세요.
민주: 바꿔드리겠다,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지정: 맞아요. 그런데 사실 진로라는 게 변수가 정말 많잖아요. 늘 바뀔 수 있고, 저도 강사를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카페 사장님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진로라는 게 누가 책임지거나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도와줄 수는 있어도. 그러니까 어렵죠.
민주: 아, 저는 얼핏 돈이 안 되어서 어렵다는 건 줄 알았어요.
지정: 그것도 맞아요. 진로 교육한다고 그러면 주변에서 “돈 안 되잖아요?”라고 하는 분도 많아요. 답이 없으니까. 취업은 왜 수요가 있냐면 그건 그래도 취업의 성패가 갈리잖아요. 근데 진로는 성패가 갈리는 게 아니라서. 사람들도 진로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막연하다고 생각하니 수요도 그렇게 많지 않죠. 그렇다고 취업 교육이 안중요하고 진로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진로 고민이 되고 나서 그것이 취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취업 교육도 이어져야겠죠.
민주: 근데 언니는 왜 진로 교육을 해요?
지정: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인생의 방향을 잡는 것이. 50대가 되어도 60대가 되어도 고민은 계속될 거고요. 저한테 흔들리면서도 부여잡고 싶은 목표점이라는 게 있고 가치관이라는 게 있는데, 제 것이 소중하고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민주: 진로 얘기가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꿈 얘기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언니가 블로그에 “저는 이 세상 모두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길 바라고 응원합니다.”라고 했잖아요. 꿈이라는 말이 사실 트렌드에서 좀 밀려났달까. 지나간 유행 같은 말로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언니도 이걸 계속 써야 하나 고민했던 적은 없어요?
지정: 저렇게 글로 쓰긴 했는데, 꿈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진로 교육을 할 때도 그냥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나아갈 방향’을 정해보는 데 초점을 맞춰요. 먼 길 가는 데 계속 기름 넣듯이 내게 힘을 주는 것이 좋은 집을 살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거죠. 그게 아마 제가 생각하는 꿈의 정의에 가까운 거 같아요. 저는 중학교 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라고 말했어요. 선생님이 그걸 듣고선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었던 게 생각나요. 그때는 꿈 하면 직업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였으니까.
민주: 그럼 언니가 생각하는 꿈에 대한 정의는 뭐예요?
지정: 나를 조금 더 의욕적으로 살게 해주는 것. 이거 같아요.
민주: 요즘에도 일하면서 사람들이 꿈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지정: 어른들이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꿈이 없다기보다는 꿈을 지레 차단해버린달까요. "이거 좋아하긴 하는데, 불안정하고. 알잖아요?" 이렇게 얘기하고. 능력적으로 안 될 거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민주: 그렇게 오는 성인분들이 많아요? 진로교육에?
지정: 사실 성인분들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잘 오진 않아요. 그래도 ‘강점찾기’가 직업에 대한 내용이 있다보니까 거기서 자주 보죠. 막 뭐가 정답일지 고민하시고. 근데 제가 강점찾기를 인스타인 올릴 때 ‘저는 정답을 찾아드릴 수 없다’고 써요. 저한테 ‘선생님,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을 정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민주: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웃음) 그럼 강의가 끝난 후에 어떤 반응이 가장 베스트일까요?
지정: 실제로 ‘이 두 가지 중에 골라주세요’하는 분도 있고요. 두 개 중에 하나를 고른들 따르고 싶을까요? 이건 본인이 찾는 건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함께 고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판을 만들어주고, 본인이 선택하게 하는 거거든요. 그냥 혼자 있을 때는 모르겠다. 안될 거 같다 하고 끝나니까. 같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실행 수 있는 방향들을 얘기를 나눌 순 있지만, 선택은 제가 할 수 없는 거예요.
민주: 그럼 강의가 끝난 후에 어떤 반응이 가장 베스트일까요?
지정: 무엇이 베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찾아보고 꼭 다시 연락드릴게요'하는 경우 감사하죠.
▲사진: 인상적인 강점찾기 후기
후기 중에서도 이러이러한 직업에 평소 좀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강점 찾기에서 제 강점으로 해 볼 수 있는 일로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오늘 시간을 참 잘 보내고 가셨구나 싶어요. 강점 찾기가 아무래도 서로의 직업을 모르는 채로 해도, 결국엔 내가 관심을 많이 뒀거나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강점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걸 객관적인 타인의 말로 들을 수 있는 거고요.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이거 어울려요. 잘 맞는 거 같아요. 하면 아무래도 좀 마음이 정리될 때가 많으니까. 본인 직업에 대한 고민이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든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시라고 만들었던 거죠. 오히려 타인의 말이 정확할 때가 있거든요.
민주: 그렇죠. 가끔은 꼭 다른 사람의 말이 필요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웃음)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나아가고픈 지정 언니는, 그래도 자기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습니다.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하는데, 예전에 남자친구가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자신은 그걸 완전히 지지해 주지는 못했다면서. 결혼을 약속하진 않았지만 오래 만나면 남편감으로 보게 되는데 자꾸 ‘잘 알아보고 결정해봐. 그냥 바로 그만두는 게 능사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혼자 ‘현명한 답이었니? 넌 응원해 주는 사람이라더니…’라고 스스로가 찔려했다고 해요.
사실 강사라면 인격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쉽게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나 잘하면서 남을 가르쳐’라든가. 하지만 언니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살아왔고 저렇게 흔들렸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라면 아주 완벽한 삶을 살아온 사람보다 언니같이…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구질구질한 면이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거 같았어요. 그도 그럴게 삶의 구질구질한 면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의 말 한 마디와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그곳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말이 필요한지 알 테니까요.
마음으로 소통하는 강사 홍지정
민주: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에너지를 얻어요.’라고 블로그에 쓰여 있었거든요. 누가 뭘 해줄 때 에너지를 받아요?
지정: 말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제 이상형도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고! 그게 제가 말로 에너지를 받고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누가 말로 상처 주면 측근들한테 열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럼 또 제 지인들은 ‘너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하면서 제가 공격받은 부분들을 보듬어 주고 잘하고 있다고 인정해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에너지를 얻고요. 그리고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하는 말에도 엄청 감동을 받아요. 사실 저는 쭈구리거든요. 1일1비하는 쭈구리라고. 그래서 망하는 강의도 있어요. 그런데 또 뜻밖에 분위기가 엄청 좋은 강의도 있거든요. 그게 교육생이랑 강사가 결이 잘 맞으면 그런 거 같아요. 그럴 때는 교육생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홍삼 같아요. 홍삼 던져 준다고들 하잖아요.(웃음)
민주: 아니, 그런 말이 있어요? 너무 귀여운 말이다. 홍삼 던져준다니.
지정: 그죠. 그렇게 홍삼이 되는 강의가 있는 반면에 진짜 뜻대로 안 되는 강의가 있으면 그게 또 며칠씩 가요. 저는 곱씹는 스타일이라서. 그렇지만 그때에도 교육장의 모든 사람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었을거라고 생각하려고 하죠.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또 그런 와중에 누군가는 제 말에 공감하고, 마음이 움직였을 거라고요. 그 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가 마음을 만져 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늘 강의를 하려고 해요.
지정언니의 말들은 진실성이 있었습니다. 그게 저는 좋았습니다. 언니와의 인터뷰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늦은 시각만 아니었으면 그 뒤에 자리 깔고 수다를 더 떨었을 거 같다며 서로 아쉬워했던 게 기억납니다. 다행히 저는 비스타에서 4월 20일에 열리는 강첨잦기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원래도 들으러 갈 거였는데,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대감을 안고 가게 될 거 같아요. 내게 홍삼을 던져줄 시간, 언니에게도 홍삼이 되는 시간, 그래서 시간마저 홍삼을 먹고 엄청 빠르게 흐를 거 같은 시간이 될 거 같거든요. 얼른 20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이번 수업을 못 듣는데, 지정언니가 궁금하다 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SNS로 일정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ongjijeong/
블로그: https://ghdwlwjd.blog.me/220676468036
대학생 때 가끔 저는 인숙쌤(비스타 김인숙 대표님 & 저한테는 브랜딩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비스타가 합정에 자리를 잡았을 때, 사무실에서 지정언니를 가끔 보게 되었어요. 비스타 매니저로 일하며 살갑게 맞아주던 지정언니를 저는 막연히 궁금해했었죠. 비스타 멤버스데이에서 MC로 활약한 게 특히 기억에 남는데, 앞에서 본인이 튀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분위기를 깔아줘 멤버들이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봤던 게 벌써 2년도 전의 일이네요.
언니는 비스타에서 나와 원래 하던 강사 일에 더욱 몰두했고, 지금은 1인기업으로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비스타피플에 언니를 소개하고 싶어 연락을 드렸죠. 오랜만에 본 언니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안정적인 느낌이었어요. 강사 일을 한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강사 코칭을 하는 강사로도 활동할 정도니까요. 진로코칭, 학습 코칭, 교육 기획, 교육 기획 교육, 진로 교육, 법정 의무교육, CS 교육 등을 하는 지정언니는 예전엔 잘 안되면 고향에 내려가야지 했는데, 이제는 강사로 실패했을 때의 플랜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길을 지나갔을까… 저는 또 궁금해졌습니다.
민주: 원래 사회복지사였잖아요. 왜 강사로 전향하셨어요?
지정: 대학을 다닐 때 거의 100% 제가 발표를 맡았어요. 그렇다고 그때부터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사회복지 전공이었고, 졸업하면 사회복지사가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나는 말로 먹고살고 싶어”라고 얘기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스물다섯 즈음에 무슨 교육을 한 번 들었는데, 거기 왔던 강사님이 본인의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을 띄워놓고 강의를 진행하시는 거예요. 전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그 사람의 메시지가 되게 확 왔어요. ‘저 사람 되게 멋있다’ 이 생각했었죠. 그게 스쳐 지나가듯이 마음에 남았던 거 같아요. 조금씩 강사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검색도 해보게 되고.
민주: 강사 전에 공부할 거 많지 않아요? 마음만 먹는 게 아니라 시간도 많이 필요했을 텐데….
지정: 제가 원래 조기 취업을 해서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출근하고 또 출근하고 3년 하다가 ‘출근 퇴근 쳇바퀴 돌 듯하며 살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때 한번 멈추고 싶었어요. 제가 대학 다닐 때 휴학을 안 했으니까 휴학하듯 1년 나한테 주자 했죠. ‘1년은 안 벌어도 돼’라면서. 중간에 돈 모자라면 알바도 좀 하면서 1년 안에 강사 일로 버는 월수입 200만원이 안 만들어지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려고 했죠. 그때 아카데미도 다니고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했죠.
민주: 주변에서는 어땠어요? 언니는 말 잘해서 다들 응원해 줬을 거 같은데.
지정: 강사 된다고 했을 때 사투리 억양이 너무 강해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받았죠. 목소리가 떽떽거린다든지. 어떤 표현상의 문제랄지. 많이 부족하다면서 하지 말라고. 점점 주눅도 들었고 많이 울었어요. 그렇지만 그만큼 저도 오기가 생겨서 ‘내가 보여줄게’ 하면서 부딪친 거죠. 중간쯤에 아직도 강사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었어요. 돈은 충분히 버냐고. 그래서 제가 얼마쯤은 번다고 하니까 엄청 놀라시더라고요.
민주: 아, 전 언니가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그 사투리 억양이 되게 정감있고 살갑게 들리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봐요. 그게 플러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과정도 거쳐서 이제 5년차 잖아요, 그 과정에서 힘들었을 때, 흔들렸을 때는 없으셨어요?
지정: 작년까지도 그랬어요.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많이 얘기하셨죠. 돈 벌지 말고 공부하라고. 그러면 ‘엄마, 다른 사람들은 공부하려고 서울 가는데 왜 내가 내려가서 공부해야 되냐, 무슨 공부를 해야 하냐’ 그랬어요. 그래도 하도 그런 말을 듣고 갈등 아닌 갈등이 있으니까… 남들처럼 그냥 일하다가 결혼해라 이러거든요. 네가 뭐, 얼마나 거창한 걸 할 건데 하면서.
민주: (한숨)
지정: 그러면 저는 프리랜서 개념을 정립시켜드리기도 어렵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요. “음…” 이렇게 있었죠. 그러다가 작년 9월 즈음에 ‘올해까지는 진짜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볼게. 그렇게 했는데 답이 없다면, 다 접고 내려갈게” 이랬어요. 진짜 그럴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12월 딱 되니까 여태까지 벌었던 것보다 수입도 올랐고, 강의 범위도 넓어졌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뒤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예전에는 마음 한켠에 안되면 때려치우고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쯤 프로필에 연차를 쓸 일이 있어서 보니까 사회복지 했던 경험보다 강사 경험도 더 길어졌더라고요. 그때 ‘와- 나 5년 차나 됐어. 그래도 이걸로 먹고는 사는구나’ 했죠.
민주: 젊은 우리들에게는 그 5년이라는 게 절대로 짧은 기간이 아닌데... 그 시간을 견뎌 낸 거네요. 저도 프리랜서로서 참 남의 일이 아니라서, 5년이라고 하니까 엄청 까마득하게 느껴져요. 대단한 거 같아요.
▲사진: 법정의무교육 중 직장내 성희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 일하다보면 언니 스스로도 내가 되게 많이 변했네 싶을 때가 있어요?
지정: 초반에 어떤 강의 주제를 받았던 걸 대상만 달리해서 최근에 또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옛날에 했던 PPT를 켜서 그걸 좀 활용해 보려고 했어요. 근데 해보니까 같은 맥락이어도 제가 하는 말이 다르더라고요. 반응도 다르고. 말밥 먹고 산 게 이제 조금씩 보이는가 보다 했어요. ‘그때는 진짜 못했구나. 이걸로 어떻게 했냐?’ 싶더라고요(웃음).
얼마 전에는 또 강사 스킬업 교육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수업을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 “사실 저도 초반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이 피피티를 끌고 나가는데 바빴어요. 청중, 우리 교육생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내가 만든 걸 해내고 가야 해. 끝내놓고 가야 해.’가 너무 강해서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제 교육생분들 눈 한 번 마주칠 수도 있게 되고요. 얘기 한마디 더 하게 되고요. 그리고 거기 덧붙이는 말들이 생겼어요. 그건 하면 할수록 느는 거 같습니다” 그 얘기 하는데 그건 진짜 제 경험이잖아요. 하면 할수록 는다는 게. 거기서 감동을 받았어요. 내가, 내 스스로. (웃음)
민주: 언니도 어디서 옛날에 수업 들을 때 언니가 했던 말이랑 비슷한 말 들어본 적 있지 않았어요? (웃음) “아니 내가 깜깜해 죽겠는데… 그러니까 그게 언제 되냐고?” 이러면서...
지정: (손뼉 치면서) 맞아요. 맞아요.
민주: 실제로 시간이 해결해 주긴 하잖아요.
지정: 그렇죠. 그 시간이 진짜 중요한데.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겠다는 게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열심히 움직여야 거기 있을 수 있는 거라. 막 나아가야 한다기 보다 그렇게 버텨내는 거, 버텨내는데 시간을 들이는 게 결국 많은 걸 해결해 주는 거 같아요.
민주: 언니를 가장 힘들게 하는게 뭐였어요? 성장을 위해서는 꼭 이겨내야 했던 거요.
지정: 카드 값?(웃음) 조금 더 크게 잡는다면 ‘현실’이라고 얘기할 거 같아요. 제가 매번 강사 일을 접을까 말까 고민했던 때가 훌라우프 돌듯이 찾아오거든요. 왜 그렇게 힘든 쭈구리 기간이 오나, 문제가 뭘까 했더니 다 돈이 없어서였더라고요. 친구들이 놀러오면 한 턱도 내고 싶고, 엄마한테 돈도 드리고 싶고, 근데 이제 돈이 없으면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요. 사람들도 못만나고. 이렇게 하면 내가 진짜 강사를 해도 되나 싶은거예요. 친구들은 직장생활하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결혼도 한다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는데 이게 맞나 싶고. 내가 이걸 할 그릇이 안되나? 싶은거죠. 근데 또 괜찮아지면 열심히 살아요. 이제는 그런 생각은 조금 줄었어요.
민주: 아, 현실이라는 거 너무 좋은데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현실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도 진로로 흔들리면서도 진로 교육을 한다는게 좀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지정: 예전에는 그렇게 흔들리면서 진로 얘기를 해도 되나 방황도 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방황하고 있고요. 그런데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는 법을 아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저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말도 해줄 수 있고요. 이런 일을 해 봤고, 초창기 강의를 할 때는 알바도 하면서 버텼다고, 그리고 밤새고 뭐하고 했던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해줄 수 있잖아요. 말에 힘이 생길 수 있는 건 다 그렇게 방황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구질구질할 정도로 해봤으니까, 진짜 제가 몸으로 아는 거잖아요.
민주: 주변에서 언니한테 강사 일로든 뭐든 고민 얘기하면 뭐라고 말해줘요?
지정: 아, 최근에 아는 분이 강의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을 말씀해주셔서 제가 이제 상황을 아니까 절벽에 서야 한다고 그랬죠. 실제로 그 부분에 공감하시기도 하셨고. 아무튼 앞뒤 없이 지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거든요. 걱정이 생길 정도로 저도 그렇게 내몰아쳐 봤고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친구들한테 ‘너네는 강사 안 부르니?’이런 말 안 했는데 이제는 ‘너네 강사 부를 일 있으면 남한테 부탁하지 말고 나를 써. 내가 부끄럽지 않게 할게’ 그래요. 마다하지 않고 한다고. 사실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저는 그 중에도 강사로 먹고살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계속 일을 받고 내몰아치고 그래요.
호탕하게 웃으면서 특유의 억양으로 쾌활하게 이야기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약간 홀릴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당장 뭔가를 권유하면 (그게 정말 나쁜 일이 아니란 가정하에) 다 의미가 있겠지 하고 따르게 될 것 같은 흡입력이랄까요. 저는 원래 언니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나 홍지정, 강사가 될 사람’이라면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은… 하지만 그건 명백한 판단 미스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완전 노력쟁이였죠.
민주: 강의를 기획할 일이 많잖아요. 그 기획을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가령 언니가 강점 찾기 같은 것도 혼자 기획한 거로 아는데, 그때는 어떻게 했었어요?
지정: 처음에는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어요.
▲사진: 성인을 대상으로 기관에서 강의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강의를 진행한다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교육할 일이 있었어요. 한 반에 6~7명 정도가 6개월을 정규 교과수업을 듣는 대신 와서 듣게 하는 거였죠. 자존감 향상과 집중력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어요. 그때 짰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강점 찾기였어요.
그때 마침 인숙 언니(=비스타 김인숙 대표)가 비스타에서 클래스를 하나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죠. 고민하다가 강점찾기를 비스타 클래스 과정으로 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제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는 상태에서 하진 못했고, 성인들이 관심을 가질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타겟층도 아주 좁게 잡아서 20대 대학생 취준생에 맞춰서 했죠. 시작해보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다행히 매달 열렸어요. 한 몇 회까지는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하다 보니까 점점 성인들 데이터가 생겼고, 후기도 나오게 되고, 제 말에 힘이 생겼던 거 같아요.
그때쯤 외부에서 같은 강의를 해 줄 수 없겠냐고 부르는 거예요. 강점이 주제인 책은 다 샀어요. 강점이랑 연결되어 있다는 긍정 심리학책을 또 괜찮아 보이면 다 사고, 또 엄청나게 봤어요.
▲사진: 강점찾기 수업을 위해 참고했던 강점책들
학문적인 지식이 더 생기니까 할 말도 조금 더 생겼어요.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그렇게 기획하면 좀 더 말과 강의 자체에 힘이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민주: 사실 언니가 그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잖아요. 그냥 주제를 읊어보라고 하면 몇 개쯤 되나요?
지정: 어… 한번 해 볼까요? 스트레스 관리, 감정노동, 서비스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 개인정보 보호법, 아동학대 예방법, 인권교육, 대화법, 커뮤니케이션, 불만 고객 응대, 취업 교육, 진로 교육…
민주: 와, 충분한 거 같아요. 진짜 많네요.
지정: 범주로 나누면 그렇게 많은 게 아니에요. 서비스 교육, 진로/취업 교육, 법정 교육, 역량교육, 인권교육, 뭐 그런 것들로 또 크게 분류할 수 있으니까.
민주: 아니, 강의를 두세 개만 진행해도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이런 거 어떻게 다 공부하고 강의 기획안을 짜요?
지정: 그래서 잠 못 자고 열심히 일하고 그러죠. (웃음)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는 걸 자주 봐요. 또 제가 캡처하는 게 취미거든요. 수집을 엄청 많이 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일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그냥 사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면 일단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걸 다 사고 캡처하고, 그렇게 자료수집을 많이 해 놓은 상태에서 풀어요. 세상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있고, 아는 걸 잘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전 사실 후자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자료를 모으려고 하죠.
민주: 와 눈이 빠지겠다. 다 보려면… 그런데 또 언니 강의는 엄청 재밌을 거 같거든요. 실제로 언니 인스타그램에서 본 건데 “흥이 나고 +(플러스) 변화를 드리는 교육을 합니다”라고 써 있었어요. 흥이 나게 하는 언니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지정: 아, 저는 그렇게 웃긴 사람이 아니지만 같은 교육도 좀 더 재밌으면 좋잖아요. 사람들이 강의를 듣다 어떨 때 웃는지, 체크했었어요. 모르는 걸 알았을 때나 자기 기대치가 충족되면 웃고, 자기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그게 공감되면 웃더라고요. 최근에는 병원에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제가 병원에서 실제로 있던 사례들과 이미지를 가져다 썼어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아는 내용이고 익숙한 풍경이니까 ‘저기가 어디 병원이지?’ 이러면서 이야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고 보더라고요. 강의할 때는 그 사람들의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그래서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좀 신경 쓰는 편이고, 정말 생소한 직종의 사람들에게 강의할 때는 이 일 하는 사람 혹시 없냐고 주변에 연락을 돌려봐요. 서비스 교육할 때는 또 “여기서 열 받았던 거 혹시 뭐 없냐”고 지인 카톡방에 다 돌리죠.
지정 언니의 블로그에서는 “나는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쓰여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식이나 내용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라, 가르치고 또 배우는 일을 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면서요. 마음에 사람인을 하나 써 놓고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주고 싶어했고,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같은 얘기도 마음에 닿게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에서 질문을 시작해, 그것이 진로인 거 같아 ‘진로교육’을 시작했고, 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잘 코칭’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더군요.
민주: 블로그에서도 그렇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본 거 같은데, 진로 교육 쪽에 언니가 관심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강사 선생님들 하는 말을 어깨너머로 들었는데, ‘진로 교육이 어렵다’고들 많이 하셨어요. 왜 어려운 건가요?
지정: 진로라는 게 사실 나아갈 길을 정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방향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교육자로서 나는 진로 교육에서 ‘해냈다!’ 하는 지점을 잡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취업 교육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너무 좀 단정 지어서 말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분들이 종종 계세요.
민주: 바꿔드리겠다,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지정: 맞아요. 그런데 사실 진로라는 게 변수가 정말 많잖아요. 늘 바뀔 수 있고, 저도 강사를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카페 사장님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진로라는 게 누가 책임지거나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도와줄 수는 있어도. 그러니까 어렵죠.
민주: 아, 저는 얼핏 돈이 안 되어서 어렵다는 건 줄 알았어요.
지정: 그것도 맞아요. 진로 교육한다고 그러면 주변에서 “돈 안 되잖아요?”라고 하는 분도 많아요. 답이 없으니까. 취업은 왜 수요가 있냐면 그건 그래도 취업의 성패가 갈리잖아요. 근데 진로는 성패가 갈리는 게 아니라서. 사람들도 진로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막연하다고 생각하니 수요도 그렇게 많지 않죠. 그렇다고 취업 교육이 안중요하고 진로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진로 고민이 되고 나서 그것이 취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취업 교육도 이어져야겠죠.
민주: 근데 언니는 왜 진로 교육을 해요?
지정: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인생의 방향을 잡는 것이. 50대가 되어도 60대가 되어도 고민은 계속될 거고요. 저한테 흔들리면서도 부여잡고 싶은 목표점이라는 게 있고 가치관이라는 게 있는데, 제 것이 소중하고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민주: 진로 얘기가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꿈 얘기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언니가 블로그에 “저는 이 세상 모두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길 바라고 응원합니다.”라고 했잖아요. 꿈이라는 말이 사실 트렌드에서 좀 밀려났달까. 지나간 유행 같은 말로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언니도 이걸 계속 써야 하나 고민했던 적은 없어요?
지정: 저렇게 글로 쓰긴 했는데, 꿈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진로 교육을 할 때도 그냥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나아갈 방향’을 정해보는 데 초점을 맞춰요. 먼 길 가는 데 계속 기름 넣듯이 내게 힘을 주는 것이 좋은 집을 살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거죠. 그게 아마 제가 생각하는 꿈의 정의에 가까운 거 같아요. 저는 중학교 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라고 말했어요. 선생님이 그걸 듣고선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었던 게 생각나요. 그때는 꿈 하면 직업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였으니까.
민주: 그럼 언니가 생각하는 꿈에 대한 정의는 뭐예요?
지정: 나를 조금 더 의욕적으로 살게 해주는 것. 이거 같아요.
민주: 요즘에도 일하면서 사람들이 꿈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지정: 어른들이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꿈이 없다기보다는 꿈을 지레 차단해버린달까요. "이거 좋아하긴 하는데, 불안정하고. 알잖아요?" 이렇게 얘기하고. 능력적으로 안 될 거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민주: 그렇게 오는 성인분들이 많아요? 진로교육에?
지정: 사실 성인분들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잘 오진 않아요. 그래도 ‘강점찾기’가 직업에 대한 내용이 있다보니까 거기서 자주 보죠. 막 뭐가 정답일지 고민하시고. 근데 제가 강점찾기를 인스타인 올릴 때 ‘저는 정답을 찾아드릴 수 없다’고 써요. 저한테 ‘선생님,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을 정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민주: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웃음) 그럼 강의가 끝난 후에 어떤 반응이 가장 베스트일까요?
지정: 실제로 ‘이 두 가지 중에 골라주세요’하는 분도 있고요. 두 개 중에 하나를 고른들 따르고 싶을까요? 이건 본인이 찾는 건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함께 고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판을 만들어주고, 본인이 선택하게 하는 거거든요. 그냥 혼자 있을 때는 모르겠다. 안될 거 같다 하고 끝나니까. 같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실행 수 있는 방향들을 얘기를 나눌 순 있지만, 선택은 제가 할 수 없는 거예요.
민주: 그럼 강의가 끝난 후에 어떤 반응이 가장 베스트일까요?
지정: 무엇이 베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찾아보고 꼭 다시 연락드릴게요'하는 경우 감사하죠.
▲사진: 인상적인 강점찾기 후기
후기 중에서도 이러이러한 직업에 평소 좀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강점 찾기에서 제 강점으로 해 볼 수 있는 일로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오늘 시간을 참 잘 보내고 가셨구나 싶어요. 강점 찾기가 아무래도 서로의 직업을 모르는 채로 해도, 결국엔 내가 관심을 많이 뒀거나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강점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걸 객관적인 타인의 말로 들을 수 있는 거고요.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이거 어울려요. 잘 맞는 거 같아요. 하면 아무래도 좀 마음이 정리될 때가 많으니까. 본인 직업에 대한 고민이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든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시라고 만들었던 거죠. 오히려 타인의 말이 정확할 때가 있거든요.
민주: 그렇죠. 가끔은 꼭 다른 사람의 말이 필요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웃음)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나아가고픈 지정 언니는, 그래도 자기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습니다.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하는데, 예전에 남자친구가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자신은 그걸 완전히 지지해 주지는 못했다면서. 결혼을 약속하진 않았지만 오래 만나면 남편감으로 보게 되는데 자꾸 ‘잘 알아보고 결정해봐. 그냥 바로 그만두는 게 능사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혼자 ‘현명한 답이었니? 넌 응원해 주는 사람이라더니…’라고 스스로가 찔려했다고 해요.
사실 강사라면 인격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쉽게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나 잘하면서 남을 가르쳐’라든가. 하지만 언니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살아왔고 저렇게 흔들렸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라면 아주 완벽한 삶을 살아온 사람보다 언니같이…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구질구질한 면이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거 같았어요. 그도 그럴게 삶의 구질구질한 면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의 말 한 마디와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그곳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말이 필요한지 알 테니까요.
민주: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에너지를 얻어요.’라고 블로그에 쓰여 있었거든요. 누가 뭘 해줄 때 에너지를 받아요?
지정: 말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제 이상형도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고! 그게 제가 말로 에너지를 받고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누가 말로 상처 주면 측근들한테 열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럼 또 제 지인들은 ‘너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하면서 제가 공격받은 부분들을 보듬어 주고 잘하고 있다고 인정해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에너지를 얻고요. 그리고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하는 말에도 엄청 감동을 받아요. 사실 저는 쭈구리거든요. 1일1비하는 쭈구리라고. 그래서 망하는 강의도 있어요. 그런데 또 뜻밖에 분위기가 엄청 좋은 강의도 있거든요. 그게 교육생이랑 강사가 결이 잘 맞으면 그런 거 같아요. 그럴 때는 교육생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홍삼 같아요. 홍삼 던져 준다고들 하잖아요.(웃음)
민주: 아니, 그런 말이 있어요? 너무 귀여운 말이다. 홍삼 던져준다니.
지정: 그죠. 그렇게 홍삼이 되는 강의가 있는 반면에 진짜 뜻대로 안 되는 강의가 있으면 그게 또 며칠씩 가요. 저는 곱씹는 스타일이라서. 그렇지만 그때에도 교육장의 모든 사람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었을거라고 생각하려고 하죠.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또 그런 와중에 누군가는 제 말에 공감하고, 마음이 움직였을 거라고요. 그 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가 마음을 만져 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늘 강의를 하려고 해요.
지정언니의 말들은 진실성이 있었습니다. 그게 저는 좋았습니다. 언니와의 인터뷰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늦은 시각만 아니었으면 그 뒤에 자리 깔고 수다를 더 떨었을 거 같다며 서로 아쉬워했던 게 기억납니다. 다행히 저는 비스타에서 4월 20일에 열리는 강첨잦기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원래도 들으러 갈 거였는데,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대감을 안고 가게 될 거 같아요. 내게 홍삼을 던져줄 시간, 언니에게도 홍삼이 되는 시간, 그래서 시간마저 홍삼을 먹고 엄청 빠르게 흐를 거 같은 시간이 될 거 같거든요. 얼른 20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이번 수업을 못 듣는데, 지정언니가 궁금하다 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SNS로 일정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ongjijeong/
블로그: https://ghdwlwjd.blog.me/220676468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