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산책하다: 나를 위해 만든 작은 정원에서 마음을 치유하다
버스를 타고 동빙고동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보이는 것은 좁은 오르막길. 주변으로는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날이 더워 쳐질 만도 한데 조금 더 올라가면 또 뭐가 보일까 싶어, 어딘가 호기심이 일고 정감이 가는 동네입니다. 그렇게 걷다 코너를 두 번 꺾고 얕은 계단을 내려오면 나무줄기와 잎에 살짝 가려진 문이 보입니다. 숨겨진 아지트처럼요.
이곳에 숲속산책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작업실에서 만난 분은 숲속산책 이재은 대표님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이 곳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고, 그 치유가 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길 바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을 잊고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하는 수공예, 하바리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요. 그날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도,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분께 하바리움 클래스를 진행한 뒤였습니다.
▲하바리움(Herbarium): 식물표본이라는 뜻을 가진 하바리움은 꽃을 사용해 만든다고 해서 하바플라리움(Herbaflorium)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특수 처리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이용하여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화 느낌 그대로 오랜기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숲속산책 작업실
민주: 여기 오니까 왜 숲속산책이라고 하셨는지 알겠어요. 작업실도 그렇고 바깥도 그렇고 정말 딱 그 말이 나오네요.
재은: 그렇죠. 봄에 꽃 피었을 때는 창밖에 계속 꽃이 흩날리고 그래서 더 예뻤어요. 아, 그런데 작업실을 먼저 찾은 건 아니에요.
민주: 그럼 어떻게 이름을 짓게 되셨어요?
재은: 뭔가 저다운 것이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날 조카가 ‘숲속산책’을 하자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그게 확 와닿더라고요. 산책하는 마음으로 저도 했으면 좋겠고, 클래스를 듣는 분들도 그러실 수 있으면 했어요. 숲속이고 조용하고 새가 지저는 분위기에서요.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나니까 그에 걸맞는 장소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자연에서 얻는 안정감이 크니까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뭔가 도심과 떨어진 장소가. 그래서 여기였어요.
민주: 이름하고 찰떡같이 어울리는 곳이네요.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니 그럼 대표님께서 테라피스트의 일을 하는 거라고 봐도 될까요?
재은: 그렇게 되고 싶어요. 클래스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저 자신도 즐겁거든요.
▲오키나와에서 직접 공수해 온 산호와 애기 조카님의 피규어 협찬으로 만든 하바리움
민주: 대표님, 근데 숲속산책에서 클래스만 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재은: 자주 방산시장에 가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영감을 얻어요. 재료를 매입할 수 있는 도매 사이트를 보다 보면 어떻게 만들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 그림대로 만들 수 있게끔 재료들을 구매하고 만들어보죠. 생각했던 대로 안 나올 때도 많아요. 그러면 제가 간직해요. 만약에 생각했던 대로 나와서 마음에 들면 만들면서 느낀 감정을 글에 담고 홍보를 시작해요.
민주: 천연 비누도 만드시잖아요.
▲숲속산책_큐브솝
재은: 처음에는 제가 써보고 괜찮아서 가족들한테 선물로 주려고 만들었었죠.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은 비슷해요.
민주: 대략적인 제작기간을 알 수는 없겠죠?
재은: 아무래도 매번 매번 영감이 떠오르진 않으니까요. 어떤 거는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매번 다르더라고요.
변화: 레코딩 엔지니어에서 사부작사부작 하바리움과 천연비누를 만드는 숲속산책 대표로
민주: 원래는 다른 직업을 가지셨다고 알고 있어요. 대학 때는 어떤 걸 전공하셨었나요?
재은: 음향 제작 계열의 음악 녹음을 전공했어요. 보통 레코딩 엔지니어로 많이 가죠. 제가 그랬듯이요.
민주: 아, 역시. 사실 레코딩 엔지니어로 처음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셔서 A&R까지 되셨다고 블로그에서 봤거든요. 찾아보니까 엔터테인먼트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그 아티스트에 맞게 앨범을 제작해주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KPop이 유명해지는 만큼 A&R이라는 직업이 뜨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한편,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재은: 맞아요. 사전적인 정의는 그런데, 이게 외국이랑 우리나라랑 실정이 다르거든요. 기획사의 크기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요. A&R을 사전적으로 풀어보자면 Artist and Repertoire의 줄임말이에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계약, 육성하고 아티스트에게 어울릴만한 곡을 수집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죠. 쉽게 말하면 영화 비긴어게인에 나오는 마크 러팔로가 하는 일이 A&R의 일이라고 보면 돼요. 여자주인공의 노래를 듣고 앨범 작업을 도와주잖아요. 유통까지.
민주: 아, 그 역할… 한국에서는 다른가요?
재은: 우리나라는 대표 위주로 이뤄지거든요. 특히 작은 기획사면 더 그렇고요. 대표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아오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녹음 진행하고 스케쥴 진행하고 정산작업하고…
민주: 아, 주도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이 적겠네요. 외국은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좀… 환상을 많이 가지고 들어가면 당황스러울 수 있겠네요.
재은: 회사마다 차이도 있으니까요. 제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경험상은 그랬던 거 같아요.
민주: 그렇게 음반 업계에서 10년을 일하셨는데 왜 나오게 되셨나요?
재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림, 악기, 만들기, 요리 등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는 수예부 활동을 하면서 직접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어서 전시했던 경험도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도 직접 만들자며 음향제작과를 갔었는데, 일은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컴퓨터 작업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수공예에 대한 목마름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꽃, 비누, 베이킹 등등 수공예 공방을 많이 찾아다니며 배워나갔고, 더 늦어지기 전에 터닝포인트로 만들어보고자 용기를 냈어요.
민주: 그래서 아예 커리어를 변경하셨군요. 손으로 하는 일 중에서도 하바리움을 선택한데는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재은: 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꽃집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요. 꽃 클래스도 듣고 창업 반도 들었었죠. 회사를 나올 때 보니 하바리움 디플로마라는 게 있더라고요. 일종의 자격증반이랄까요. 그래서 이걸 따고 숲속산책을 만들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아직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저도 하바리움에 푹 빠져서 집중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그렇게 치유받는 느낌이요.
민주: 회사에 다닐 때 여행도 즐겨 하셨던 거로 알고 있어요. 예전부터 자주 여행을 떠나셨던 이유와 숲속산책을 만든 이유에는 뭔가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 같아요. 둘 다 리프레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재은: 통하는 부분이 있죠. '여행 가고 싶다,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제가 지쳐있을 때 많았던 것 같아요. 여행에서 만나는 숲과 바다와 바람, 그날의 향기,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하며 안아주는 조용한 위로는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위로를 받고 나면 또 다음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거든요. 다른 분들이 휴가를 떠나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숲속산책이 자연과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한 추억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는 곳, 숲속산책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의 케렌시아가 되었으면 하고요.
민주: 직원이었다가 한순간 대표가 되신 거잖아요. 적응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재은: 수익을 어떻게 낼까 고민하는 순간에 대표의 무게를 절감하죠. 그런데 한편으로 재밌기도 해요. 생각하는 작은 스트레스가 자극이 되는 거 같아요. 비스타 인숙대표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리니까 ‘어디 들어가지 말고 자기 일하면 될 거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이게 저한테 맞는 거 같아요. 여기서 돈이 더 들어오면 뿌듯해지겠죠.
민주: 근데 진짜 빈말이 아니고 잘 되실 거예요. 실행력이 탁월하시잖아요. 드림브랜딩 들으시면서 바로 하바리움을 들고 플리마켓에 나가기도 했고요.
드림브랜딩 2기였던 저는 비스타와 연을 맺고 계속 들락날락했지만 한 번도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18년 연말, 비스타에서 열린 드림브랜딩을 듣던 한 수강생분이 수업을 듣다가 플리마켓에 나갔다고요. 그리고 그 수강생분은 금세 비스타의 멤버분들의 인스타를 팔로우하시고는 제 피드에도 가끔 떴습니다. 숲속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예쁜 하바리움 사진들과 함께. 지금도 대표님은 플리마켓에 나가고 클래스를 열고 작품활동을 이어가면서 열심히 홍보하고 계시죠. 저는 그걸 보면서 이분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셨을까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실행했는지도요.
실행: 누군가의 손에 숲속산책이 들리기까지 한 걸음
▲숲속산책 플리마켓 부스
민주: 어떻게 플리마켓에 나가실 생각을 했어요?
재은: 수업을 듣고 저 혼자 재료를 사서 하바리움을 만들어 봤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이걸로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 판단도 해야 했고요. 그런데 당장 서울부터 나가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아직 플리마켓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대구가 제 고향인데, 고향에 내려갈 겸 대구에서 팔아보자 싶었죠. 집이랑 멀지도 않고 괜찮아 보였어요. 저에게 작은 성공을 줄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셀러로 참가신청서를 냈더니 뽑혀서 참가비 2만원을 내고 괜찮은 성과를 얻었죠. 하나도 안 팔리면 어쩌나 했는데 6만원어치를 팔았거든요.
민주: 와, 멋지다. 스스로 작은 성공을 선물해주기 위해 나가신 거네요. 그때는 시도였지만 이제는 대표로서 또 플리마켓에 나가시잖아요. 요즘엔 어떠세요?
재은: 마켓에 나가도 이익이 날 때도 있고 참가비도 못 벌어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참 힘들어요.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계속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죠. 물론 마이너스도 아니고, 원가 재료비로 따지면 흑자는 흑자거든요.
▲숲속산책 하바리움 DP
민주: 플리마켓에 직접 나가기도 하지만 입점을 시키거나 클래스를 열어서 수익을 얻기도 하시잖아요?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점을 이렇게 확장시킨데는 어떤 전략이 있었나요?
재은: 제 작품이 노출되는 플랫폼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취미 플랫폼에도 제안서를 넣었고요. 하나를 시작하면 그걸 보고 다른 곳에서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요. 직접 수공예 강사로 제안을 넣은 곳은 메이 아일랜드였는데, 그곳이 된 후부터는 먼저 제안이 오더라고요. 10X10이나 아이디어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인스타그램에 계속 작품을 올려서 그걸로 입점하게 된 거 같아요. 사실 하바리움 클래스가 많이 없거든요.
민주: 경쟁력이 있네요.
재은: 그래서 천연비누도 만들긴 하지만 하바리움을 좀 더 전면에 내세워서 밀고 있어요. 그 분야에 빨리 자리를 잡으려고요.
민주: 입점할 때 제안서에는 어떤 내용으로 어필하셨어요?
재은: 내가 왜 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힐링을 받았는지. 하바리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내용을 신경 써서 썼어요.
민주: 수공예제품이니만큼 사진도 중요하잖아요. 인스타그램으로 늘 보면 사진을 정말 잘 찍으시더라고요. 뭔가 팁이 있을까요?
재은: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조명도 구도도 톤도 다 다른데, 이런 거에 대한 감은 핀터레스트를 많이 보면서 늘었던 거 같아요.
민주: 원데이 클래스를 여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숲속산책 클래스 사진
재은: 회사에 있을 때 기획안 썼던 것, 에이전시에 있을 때 제안서 썼던 것 그리고 성당 다닐 때 교리교사 교안을 썼던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웃음). 교안을 매주 써서 내야 했거든요. 그때도 만들기를 참 많이 했어요. 만들기 교안도 많이 썼고요.
민주: 그게 또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근데 이 전에 일하셨던 것과 지금 일하는 분야는 아주 다르지 않나요? 만드는 사람의 일과 가르치는 사람의 일 그리고 파는 사람의 일을 동시에 하시는 게 쉽진 않으셨을 텐데요.
재은: A&R로 일했을 때랑 아주 무관한 걸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앨범을 낼 때도 팬들이 뭘 좋아할까 생각하고, 마케팅도 생각해야 했고, 직접적인 판매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예 연관이 없진 않은 거 같아요. 가르치는 것도 결국엔 그 클래스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민주: 그럼 지금 숲속산책이 고려하고 있는 대상은 어떤 분들인가요?
재은: 연령은 20대에서 30대 정도인 거 같아요. 그런데 성별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여성을 상대로 하려고 했는데, 젊은 남성분들도 하바리움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스에 이번에 올린 하바리움 제품도 20대 남성을 타겟으로 잡았어요. 어머니나 여자친구 선물로 특히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여자분들은 클래스를 들으러는 오시는데 선물로는 잘 안 사시더라고요.
▲ 아이디어스에 입점된 선물용 카네이션 하바리움
민주: 아, 남자분들이 무슨 마음으로 구매하실지 상상이 되네요. 사실 꽃은 금방 시들기도 하고 처리하기도 어렵고, 근데 하바리움은 물을 주지 않아도 싱그러우니까 정말 좋은 선물일 거 같아요. 클래스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 주로 오시나요?
재은: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 아 그런데 간혹 꽃은 싫어하시지만, 이건 생화가 아니기도 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예뻐서 찾는 분들이 있으세요.
민주: 또 그런 틈새시장이 있다니… 하바리움은 앞으로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네요. 그런데 퇴사를 준비하고 나오신 건 아니니까, 혹시 이것만은 좀 더 준비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게 있을까요?
재은: ‘돈을 좀 더 많이 모아둘걸’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인 풋 대비 아웃풋이 드러나는 게 자영업이더라고요. 제 일에 투자를 좀 더 하고 싶은데 아직은 그 비용이 부담스러우니까요. 주변에 누가 퇴사 생각한다고 하면 꼭 이 얘기를 해줘요. 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백조랑 똑같은 거라고도요. 이게 누가 잘하면 그 사람이 별 노력 없이 닿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발로는 엄청나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들이는 힘을 좀 줄이려면 둥둥 떠 있을 모터라도 살 돈이 있으면 참 좋다고. 뒷배가 있어서 든든하거나요.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건 그런 거 같아요.
민주: 마지막으로 숲속산책의 미래를 어떻게 스케치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재은: 테라피스트가 되는 것이랄까요?(웃음) 수공예 테라피로요. 맨 발로 흙 밟고 하는 것처럼 뭔가 정화를 시켜줄 수 있는 그런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아, 그리고 나중에 진짜 제 공간이 생기면 제가 좋아하는 차도 숲속산책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에 넣어보고 싶어요. 오시면 간단하게 향이 좋은 차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살면서 경험한 일들도 서로 나누며 그렇게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말로만 듣던 숲속산책이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계획하고 실행하는 힘 그리고 싱그러운 에너지였습니다. 클래스를 하러 작업실에 오는 분들도 그걸 느끼지 않았을까요?
▲이날 완성한 하바리움
이날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 하바리움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병 안에 예쁜 꽃을 배치하고 엉성하나마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면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듭니다. 제 방에 하바리움이 없다는 것도 아쉽고, 푸른색 수국을 넣지 못한 것도 아쉽고, 조금 더 산들산들하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워집니다. 또 놀러 가야겠습니다. 언덕길을 올라 초록이 가득한 그곳에서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죠. 5월에 걸맞은 기분 좋은 인터뷰와 싱그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숲속산책 SNS 링크
인스타그램 @withforestwalk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ery16jaen
숲속산책하다: 나를 위해 만든 작은 정원에서 마음을 치유하다
버스를 타고 동빙고동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보이는 것은 좁은 오르막길. 주변으로는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날이 더워 쳐질 만도 한데 조금 더 올라가면 또 뭐가 보일까 싶어, 어딘가 호기심이 일고 정감이 가는 동네입니다. 그렇게 걷다 코너를 두 번 꺾고 얕은 계단을 내려오면 나무줄기와 잎에 살짝 가려진 문이 보입니다. 숨겨진 아지트처럼요.
이곳에 숲속산책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작업실에서 만난 분은 숲속산책 이재은 대표님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이 곳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고, 그 치유가 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길 바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을 잊고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하는 수공예, 하바리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요. 그날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도,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분께 하바리움 클래스를 진행한 뒤였습니다.
▲하바리움(Herbarium): 식물표본이라는 뜻을 가진 하바리움은 꽃을 사용해 만든다고 해서 하바플라리움(Herbaflorium)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특수 처리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이용하여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화 느낌 그대로 오랜기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숲속산책 작업실
민주: 여기 오니까 왜 숲속산책이라고 하셨는지 알겠어요. 작업실도 그렇고 바깥도 그렇고 정말 딱 그 말이 나오네요.
재은: 그렇죠. 봄에 꽃 피었을 때는 창밖에 계속 꽃이 흩날리고 그래서 더 예뻤어요. 아, 그런데 작업실을 먼저 찾은 건 아니에요.
민주: 그럼 어떻게 이름을 짓게 되셨어요?
재은: 뭔가 저다운 것이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날 조카가 ‘숲속산책’을 하자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그게 확 와닿더라고요. 산책하는 마음으로 저도 했으면 좋겠고, 클래스를 듣는 분들도 그러실 수 있으면 했어요. 숲속이고 조용하고 새가 지저는 분위기에서요.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나니까 그에 걸맞는 장소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자연에서 얻는 안정감이 크니까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뭔가 도심과 떨어진 장소가. 그래서 여기였어요.
민주: 이름하고 찰떡같이 어울리는 곳이네요.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니 그럼 대표님께서 테라피스트의 일을 하는 거라고 봐도 될까요?
재은: 그렇게 되고 싶어요. 클래스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저 자신도 즐겁거든요.
▲오키나와에서 직접 공수해 온 산호와 애기 조카님의 피규어 협찬으로 만든 하바리움
민주: 대표님, 근데 숲속산책에서 클래스만 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재은: 자주 방산시장에 가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영감을 얻어요. 재료를 매입할 수 있는 도매 사이트를 보다 보면 어떻게 만들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 그림대로 만들 수 있게끔 재료들을 구매하고 만들어보죠. 생각했던 대로 안 나올 때도 많아요. 그러면 제가 간직해요. 만약에 생각했던 대로 나와서 마음에 들면 만들면서 느낀 감정을 글에 담고 홍보를 시작해요.
민주: 천연 비누도 만드시잖아요.
▲숲속산책_큐브솝
재은: 처음에는 제가 써보고 괜찮아서 가족들한테 선물로 주려고 만들었었죠.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은 비슷해요.
민주: 대략적인 제작기간을 알 수는 없겠죠?
재은: 아무래도 매번 매번 영감이 떠오르진 않으니까요. 어떤 거는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매번 다르더라고요.
민주: 원래는 다른 직업을 가지셨다고 알고 있어요. 대학 때는 어떤 걸 전공하셨었나요?
재은: 음향 제작 계열의 음악 녹음을 전공했어요. 보통 레코딩 엔지니어로 많이 가죠. 제가 그랬듯이요.
민주: 아, 역시. 사실 레코딩 엔지니어로 처음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셔서 A&R까지 되셨다고 블로그에서 봤거든요. 찾아보니까 엔터테인먼트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그 아티스트에 맞게 앨범을 제작해주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KPop이 유명해지는 만큼 A&R이라는 직업이 뜨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한편,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재은: 맞아요. 사전적인 정의는 그런데, 이게 외국이랑 우리나라랑 실정이 다르거든요. 기획사의 크기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요. A&R을 사전적으로 풀어보자면 Artist and Repertoire의 줄임말이에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계약, 육성하고 아티스트에게 어울릴만한 곡을 수집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죠. 쉽게 말하면 영화 비긴어게인에 나오는 마크 러팔로가 하는 일이 A&R의 일이라고 보면 돼요. 여자주인공의 노래를 듣고 앨범 작업을 도와주잖아요. 유통까지.
민주: 아, 그 역할… 한국에서는 다른가요?
재은: 우리나라는 대표 위주로 이뤄지거든요. 특히 작은 기획사면 더 그렇고요. 대표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아오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녹음 진행하고 스케쥴 진행하고 정산작업하고…
민주: 아, 주도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이 적겠네요. 외국은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좀… 환상을 많이 가지고 들어가면 당황스러울 수 있겠네요.
재은: 회사마다 차이도 있으니까요. 제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경험상은 그랬던 거 같아요.
민주: 그렇게 음반 업계에서 10년을 일하셨는데 왜 나오게 되셨나요?
재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림, 악기, 만들기, 요리 등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는 수예부 활동을 하면서 직접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어서 전시했던 경험도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도 직접 만들자며 음향제작과를 갔었는데, 일은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컴퓨터 작업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수공예에 대한 목마름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꽃, 비누, 베이킹 등등 수공예 공방을 많이 찾아다니며 배워나갔고, 더 늦어지기 전에 터닝포인트로 만들어보고자 용기를 냈어요.
민주: 그래서 아예 커리어를 변경하셨군요. 손으로 하는 일 중에서도 하바리움을 선택한데는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재은: 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꽃집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요. 꽃 클래스도 듣고 창업 반도 들었었죠. 회사를 나올 때 보니 하바리움 디플로마라는 게 있더라고요. 일종의 자격증반이랄까요. 그래서 이걸 따고 숲속산책을 만들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아직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저도 하바리움에 푹 빠져서 집중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그렇게 치유받는 느낌이요.
민주: 회사에 다닐 때 여행도 즐겨 하셨던 거로 알고 있어요. 예전부터 자주 여행을 떠나셨던 이유와 숲속산책을 만든 이유에는 뭔가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 같아요. 둘 다 리프레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재은: 통하는 부분이 있죠. '여행 가고 싶다,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제가 지쳐있을 때 많았던 것 같아요. 여행에서 만나는 숲과 바다와 바람, 그날의 향기,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하며 안아주는 조용한 위로는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위로를 받고 나면 또 다음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거든요. 다른 분들이 휴가를 떠나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숲속산책이 자연과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한 추억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는 곳, 숲속산책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의 케렌시아가 되었으면 하고요.
민주: 직원이었다가 한순간 대표가 되신 거잖아요. 적응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재은: 수익을 어떻게 낼까 고민하는 순간에 대표의 무게를 절감하죠. 그런데 한편으로 재밌기도 해요. 생각하는 작은 스트레스가 자극이 되는 거 같아요. 비스타 인숙대표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리니까 ‘어디 들어가지 말고 자기 일하면 될 거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이게 저한테 맞는 거 같아요. 여기서 돈이 더 들어오면 뿌듯해지겠죠.
민주: 근데 진짜 빈말이 아니고 잘 되실 거예요. 실행력이 탁월하시잖아요. 드림브랜딩 들으시면서 바로 하바리움을 들고 플리마켓에 나가기도 했고요.
드림브랜딩 2기였던 저는 비스타와 연을 맺고 계속 들락날락했지만 한 번도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18년 연말, 비스타에서 열린 드림브랜딩을 듣던 한 수강생분이 수업을 듣다가 플리마켓에 나갔다고요. 그리고 그 수강생분은 금세 비스타의 멤버분들의 인스타를 팔로우하시고는 제 피드에도 가끔 떴습니다. 숲속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예쁜 하바리움 사진들과 함께. 지금도 대표님은 플리마켓에 나가고 클래스를 열고 작품활동을 이어가면서 열심히 홍보하고 계시죠. 저는 그걸 보면서 이분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셨을까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실행했는지도요.
▲숲속산책 플리마켓 부스
민주: 어떻게 플리마켓에 나가실 생각을 했어요?
재은: 수업을 듣고 저 혼자 재료를 사서 하바리움을 만들어 봤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이걸로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 판단도 해야 했고요. 그런데 당장 서울부터 나가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아직 플리마켓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대구가 제 고향인데, 고향에 내려갈 겸 대구에서 팔아보자 싶었죠. 집이랑 멀지도 않고 괜찮아 보였어요. 저에게 작은 성공을 줄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셀러로 참가신청서를 냈더니 뽑혀서 참가비 2만원을 내고 괜찮은 성과를 얻었죠. 하나도 안 팔리면 어쩌나 했는데 6만원어치를 팔았거든요.
민주: 와, 멋지다. 스스로 작은 성공을 선물해주기 위해 나가신 거네요. 그때는 시도였지만 이제는 대표로서 또 플리마켓에 나가시잖아요. 요즘엔 어떠세요?
재은: 마켓에 나가도 이익이 날 때도 있고 참가비도 못 벌어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참 힘들어요.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계속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죠. 물론 마이너스도 아니고, 원가 재료비로 따지면 흑자는 흑자거든요.
▲숲속산책 하바리움 DP
민주: 플리마켓에 직접 나가기도 하지만 입점을 시키거나 클래스를 열어서 수익을 얻기도 하시잖아요?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점을 이렇게 확장시킨데는 어떤 전략이 있었나요?
재은: 제 작품이 노출되는 플랫폼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취미 플랫폼에도 제안서를 넣었고요. 하나를 시작하면 그걸 보고 다른 곳에서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요. 직접 수공예 강사로 제안을 넣은 곳은 메이 아일랜드였는데, 그곳이 된 후부터는 먼저 제안이 오더라고요. 10X10이나 아이디어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인스타그램에 계속 작품을 올려서 그걸로 입점하게 된 거 같아요. 사실 하바리움 클래스가 많이 없거든요.
민주: 경쟁력이 있네요.
재은: 그래서 천연비누도 만들긴 하지만 하바리움을 좀 더 전면에 내세워서 밀고 있어요. 그 분야에 빨리 자리를 잡으려고요.
민주: 입점할 때 제안서에는 어떤 내용으로 어필하셨어요?
재은: 내가 왜 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힐링을 받았는지. 하바리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내용을 신경 써서 썼어요.
민주: 수공예제품이니만큼 사진도 중요하잖아요. 인스타그램으로 늘 보면 사진을 정말 잘 찍으시더라고요. 뭔가 팁이 있을까요?
재은: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조명도 구도도 톤도 다 다른데, 이런 거에 대한 감은 핀터레스트를 많이 보면서 늘었던 거 같아요.
민주: 원데이 클래스를 여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숲속산책 클래스 사진
재은: 회사에 있을 때 기획안 썼던 것, 에이전시에 있을 때 제안서 썼던 것 그리고 성당 다닐 때 교리교사 교안을 썼던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웃음). 교안을 매주 써서 내야 했거든요. 그때도 만들기를 참 많이 했어요. 만들기 교안도 많이 썼고요.
민주: 그게 또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근데 이 전에 일하셨던 것과 지금 일하는 분야는 아주 다르지 않나요? 만드는 사람의 일과 가르치는 사람의 일 그리고 파는 사람의 일을 동시에 하시는 게 쉽진 않으셨을 텐데요.
재은: A&R로 일했을 때랑 아주 무관한 걸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앨범을 낼 때도 팬들이 뭘 좋아할까 생각하고, 마케팅도 생각해야 했고, 직접적인 판매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예 연관이 없진 않은 거 같아요. 가르치는 것도 결국엔 그 클래스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민주: 그럼 지금 숲속산책이 고려하고 있는 대상은 어떤 분들인가요?
재은: 연령은 20대에서 30대 정도인 거 같아요. 그런데 성별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여성을 상대로 하려고 했는데, 젊은 남성분들도 하바리움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스에 이번에 올린 하바리움 제품도 20대 남성을 타겟으로 잡았어요. 어머니나 여자친구 선물로 특히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여자분들은 클래스를 들으러는 오시는데 선물로는 잘 안 사시더라고요.
▲ 아이디어스에 입점된 선물용 카네이션 하바리움
민주: 아, 남자분들이 무슨 마음으로 구매하실지 상상이 되네요. 사실 꽃은 금방 시들기도 하고 처리하기도 어렵고, 근데 하바리움은 물을 주지 않아도 싱그러우니까 정말 좋은 선물일 거 같아요. 클래스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 주로 오시나요?
재은: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 아 그런데 간혹 꽃은 싫어하시지만, 이건 생화가 아니기도 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예뻐서 찾는 분들이 있으세요.
민주: 또 그런 틈새시장이 있다니… 하바리움은 앞으로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네요. 그런데 퇴사를 준비하고 나오신 건 아니니까, 혹시 이것만은 좀 더 준비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게 있을까요?
재은: ‘돈을 좀 더 많이 모아둘걸’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인 풋 대비 아웃풋이 드러나는 게 자영업이더라고요. 제 일에 투자를 좀 더 하고 싶은데 아직은 그 비용이 부담스러우니까요. 주변에 누가 퇴사 생각한다고 하면 꼭 이 얘기를 해줘요. 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백조랑 똑같은 거라고도요. 이게 누가 잘하면 그 사람이 별 노력 없이 닿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발로는 엄청나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들이는 힘을 좀 줄이려면 둥둥 떠 있을 모터라도 살 돈이 있으면 참 좋다고. 뒷배가 있어서 든든하거나요.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건 그런 거 같아요.
민주: 마지막으로 숲속산책의 미래를 어떻게 스케치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재은: 테라피스트가 되는 것이랄까요?(웃음) 수공예 테라피로요. 맨 발로 흙 밟고 하는 것처럼 뭔가 정화를 시켜줄 수 있는 그런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아, 그리고 나중에 진짜 제 공간이 생기면 제가 좋아하는 차도 숲속산책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에 넣어보고 싶어요. 오시면 간단하게 향이 좋은 차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살면서 경험한 일들도 서로 나누며 그렇게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말로만 듣던 숲속산책이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계획하고 실행하는 힘 그리고 싱그러운 에너지였습니다. 클래스를 하러 작업실에 오는 분들도 그걸 느끼지 않았을까요?
▲이날 완성한 하바리움
이날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 하바리움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병 안에 예쁜 꽃을 배치하고 엉성하나마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면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듭니다. 제 방에 하바리움이 없다는 것도 아쉽고, 푸른색 수국을 넣지 못한 것도 아쉽고, 조금 더 산들산들하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워집니다. 또 놀러 가야겠습니다. 언덕길을 올라 초록이 가득한 그곳에서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죠. 5월에 걸맞은 기분 좋은 인터뷰와 싱그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withforest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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