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인 제 꿈 중 하나는, 아들 둘 낳아 기르면서 제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뭐랄까, 아들한테 멋있다고 인정받는 엄마가 되고 싶달까요. 물론 26살밖에 안 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겠죠. 엄마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내 일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아들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도 문제고요. 그렇지만 꿈은 꿈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일 연구소 이영실 대표님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엄마일 연구소는 ‘진짜 나’로 살아가고픈 엄마들의 커뮤니티입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신 대표님은 인터뷰 시간으로는 화요일 10시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방학이 아니어서 초등학교에 보낸 그 뒤에 봐야 했고, 그래도 3시쯤에나 돌아오는 화요일이 가장 여유롭다고 하시면서요. 역시 엄마의 일은 아이들을 보낸 뒤에 시작되는 거구나 새삼스레 생각하면서, 시간에 맞춰 대표님 자택 근처의 브라하로 향했습니다.
엄마일연구소 대표 이영실
#엄마_다음의_삶을_꿈꾼다는_것은...
민주: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들 바래다주시고 오신 건가요?
영실: 네, 아이들 보내고 왔어요. 학교가 아직 방학이 아니라서요. 8월이 와야 방학이 시작되거든요. 애들이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챙겨주고 왔죠.
민주: 그러면 지금이 엄마 다음의 시간일까요? 그 페이스북에서 보면 “강의 기획/ 강점코칭/ 블로그 멘토링으로 엄마 다음의 삶을 제안한다고 하셨거든요. 이 내용을 보면서 지금 영실대표님은 어떻게 엄마 다음의 삶으로 나아가고 계시는지 궁금했어요.
영실: (웃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의 ‘엄마 다음의 삶’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아직 큰 애가 3학년이거든요. 중학생은 되어야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고. 지금도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하고요. 엄마란 이름을 가지게 되면 떼어낼 수 없는 거 같아요. 애들 키우면서 지금도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성인이 되면 대학 걱정, 취직 걱정, 결혼 걱정 등을 하게 되니까요.
민주: 엄마란 이름을 떼어낼 수 없어서 아마 계속 엄마의 역할을 이어나가긴 해야 할 테지만, 그동안 엄마는 본인의 삶을 살지 못하는 걸까요?
▲사진: 영실대표님과 두 딸의 어린시절
영실: 아뇨, 집중적으로 아이한테 나를 투입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한 10년 정도 돼요. 그 시기가 지나면 확실히 조금씩 분리가 되고요, 어느 정도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지금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 충실해야 하는 건 맞는데, 어느 정도 크고 난 뒤에도 저는 계속 저로 살아가야 하니까 엄마 이후(=역할의 무게가 조금 덜 해지는 때)의 삶에서도 나를 잃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내 일을 너무 하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아주 조금씩 짬을 내서라도 준비하게 된 이유였던 거 같아요.
민주: 어떤 뭔가 큰 계기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달라져야겠다고 느낀?
영실: 아이를 낳으면, 사실 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느낌이 반복적으로 들거든요. 종일 꼬맹이 하나를 안고 먹고 자느라 나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약간 정신을 차리게 되면 되게 허무해질 때도 있고요. 그게 제가 힘들어질 때마다 횟수나 강도가 커져요. 어느 순에 '나를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냥 나로서 즐겁게 살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거 같고요.
#엄마에게도_아이에게도_캠프가_필요하다
민주: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캠프도 가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게 가족끼리 소소하게 가는 건 줄 알았는데, 대표님이 여시는 행사였더라고요!
▲사진: 엄마일연구소 <미드썸머캔들나잇> 캠프
영실: 아, 엄마일연구소 캠프였어요. 사람이 꽤 많았죠. 가족 단위행사로 한 35명 정도가 1박 2일로 떠났어요. 가족으로는 12가족 정도? 아빠는 오지 않고 엄마와 아이들로만요.
민주: 아빠들도 즐거운 한때를 보내셨겠군요.
영실: 그렇죠. 이게 엄마들이 밤새도록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캠프이기도 하거든요. 엄마들끼리 모임 같은 건 많이 하는데 세미나든 모임이든 사실 시간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어린이집이 끝나면 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죠. 아이가 없으면 밤새도록 수다 떨고 놀 수 있지만, 이젠 그럴 시간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충분히 푹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갈증이 있다고나 할까요? 엄마일연구소 모임할 때마다 굉장히 아쉬웠어요. 그래서 농담으로 우리 1박 2일로 놀러 가자고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게 정말 말처럼 되어버린 거죠.
민주: 어떻게요?
영실: 카페 멤버 중에 숲 학교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어요. 정모할 때 한 번 놀러 오라고 하셨고요. 그렇게 가볍게 나온 말에서 시작되어 제가 어느새 캠프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원래 숲 학교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엄마들과 함께 하는 건 여태껏 없어서 행사를 열어주시는 숲학교 측에서도 긴장을 많이 하셨고 저도 세네 시간이 아니라 하룻밤 동안 진행하는 행사다 보니 걱정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끝나서 다들 좋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민주: 또 여실 생각이신 거 같은데요?
영실: 가을에 또 갈 생각이에요.
민주: 계절 바뀔 때마다 가면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좋겠네요.
영실: 그렇죠. 원래 숲 학교에서는 사계절 1년 수업이 이뤄져서 아이들이 계절을 배우기 상당히 좋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은 꼭 가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제 후기를 적다 말고 초대해주신 숲학교 대표님께 가을에 날짜 하루 빼주셔야겠다고 말씀도 드렸죠(웃음).
#그렇다면_엄마일연구소는_어떤곳일까?
▲사진: 엄마일연구소 로고
민주: 그렇게 엄마들이 모이는 곳, 엄마일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영실: 엄마들의 자기계발 커뮤니티라고 말하면 다들 빠르게 이해하시는 편인 거 같아요. 다만 그건 편의성을 높인 설명이고, 그 안에 들어오신 분들은 굉장히 내부 분위기가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자기계발에 보통 중점을 둔 커뮤니티는 자극을 서로에게 주고받는 느낌이라 약간 결이 다르다고들 많이 얘기해 주셨어요.
민주: 아무래도 엄마들의 커뮤니티이기 때문일까요?
영실: 엄마들은 매일매일 채찍질하면서 달릴 수가 없잖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아프기도 하고, 그러면 제가 뭔가 계획을 세밀하게 아무리 짜놔도 자꾸 멈추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굉장히 자주 일어나서 좌절감이 크게 오거든요. 그러면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자기를 내려놓게 돼요. 벼룩처럼요. 벼룩이 원래 자기 키의 40배를 뛰는데, 유리병에 갇히면 자기가 딱 그만큼밖에 못 뛰는 줄 알고 유리병을 치워줘도 원래만큼 못 뛴다잖아요. 딱 그런 모습이죠.
민주: 일반적인 커뮤니티와는 다를 수밖에 없겠네요. 좀 더 관용적이고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보듬어주는 분위기일 거 같고.
영실: 일반사회 그룹이었다면 자기계발에 열심히 안 하는 핑계를 대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면 소외되기도 하고 낙인이 찍히거나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어요. 여기는 엄마의 역할을 집에서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그 전처럼 나의 계발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거죠. 다 같은 마음인 거잖아요. 서로를 다독이게 되는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요.
#엄마의_일이란?
민주: 왜 엄마의 일에 주목하셨을까요?
영실: 경제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제력이 어느 정도 집안의 목소리 크기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전업주부가 되면 어느 정도 위축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자꾸 택배 박스 숨기고, 식기 같은 걸 사면 가족들에게 가격을 줄여서 말하게 되기도 하고요. 경제력이 없으면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해, 엄마가 되어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처음에 엄마의 ‘일’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돈을 벌 수 있는 업이라고 먼저 생각했죠.
민주: 엄마의 일에 대한 다른 정의가 있었나요?
영실: 이후에 엄마들을 많이 만나면서 저는 ‘일’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았어요.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자리,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통해 집 밖에서도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을 받는 것이 엄마들이 바라는 일의 형태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말 그대로 엄마의 일, 아이를 잘 키우고 살림을 잘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으시는 분도 많았고요. 그래서 엄마의 일이라는 의미가 제 안에서도 많이 확장되었어요. 자신이 추구하는 엄마의 일을 통해 다양하게, 즐겁게, 풍성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게 되었죠.
#엄마일연구소는_어떻게_돌아가는_걸까?
▲사진: 엄마일연구소 내에서 발행되는 성장레터
민주: 엄마일연구소는 카페의 형태로 존재하잖아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뭔가 영실 대표님이 꿀팁 같은 것을 공유하는 건가요?
영실: 음, 제가 정보를 드리는 건 딱히 없는 거 같고요, 딱 커뮤니티처럼 판만 있고 셀프로 다 진행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새벽 미션의 경우에는, 처음에 새벽 리더가 있어서 기수를 모집해요. 신청을 받을 때 ‘미션에 도전하는 이유’를 적어달라고 하죠. 월초에 그걸 적고 아침에 ‘인증 글을 올려주세요’라면서 전체 흐름만 잡아줘요. 매일 매일 인증 글을 쓰게 만들고, 그렇게 참여한 한 주를 기반으로 주간리뷰를 작성하게끔 공지해주고요. 이렇게 한 달을 하게 되는 거죠.
민주: 그런 새벽 미션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예요?
영실: 제가 블로그 할 때 그렇게 했었어요. 당시에는 모르고 했었는데 나중이 되니 코칭 프로세스와 접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죠. 동기를 유발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프로세스요.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움직여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왜 그걸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글을 주기적으로 쓰게 만들었던 거니까요. 목표점을 찍고 내가 거기에 닿게끔 내적 동기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 하는 거죠.
민주: 대표님이 산 증인이신 거네요, 이 프로그램이 좋다는.
▲사진: 영실 대표님이 작성했던 새벽기상 기록표, 모두 디지털로 기록되어 있다.
영실: 이걸 할 때 정말 솔직하게 적었거든요, 그게 아마 결과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늦잠을 자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런 부분도 적어요. 당시 내 감정이 어땠는지, 어떻게 늦잠을 잤던 건지도요. 그리고 금요일까지 5개를 쓰고 나면 주말에 리뷰를 해요. '목요일, 금요일에는 늦게 일어났구나. 월/화/수에 우리 애들이 독감에 걸려 밤을 새서 그랬구나. 못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구나.' 이렇게 기록을 통해서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그 덕에 나를 토닥토닥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걸 4번 반복하면 매월 기록이 나오는 거고요.
민주: 그럼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을까요?
영실: 새벽 미션을 처음 오픈하니 50명 넘게 지원하셨어요. 그 인원을 나누고 각자의 작은 팀으로 꾸려가다 보니, 그 안에서 각자 도전하고픈 작은 프로젝트로 갈래가 나뉘더라고요. 같이 책 읽고 싶어요, 같이 운동하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하나둘씩 미션이 늘어가서, 다양한 영역의 미션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각자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며 독서습관을 만들어가는 혼독, 감정을 기록하며 오늘의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감정일기, 독서리뷰 쓰다가 모인 진짜 마라톤 등 내면과 외면을 채우는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제는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를 가지고 와서 직접 미션 리더를 해보겠다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요. 제가 꼭 정보를 주지 않더라도 자신들끼리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하시고요. ‘그 문제에는 이 유튜브를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 문제에는 A블로그의 글 좋았던 거 같아요’ 이런 식으로. 그래서 제 역할은 뭔가 끌어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판을 깔아드리고 뭔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거 같아요.
#시행착오는_없었을까?
민주: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대표님 개인적으로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나요?
영실: 1년쯤 될 무렵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일반적인 리더 상에 제가 맞는 거 같지 않아서요. 카페에 모이신 분들의 커리어가 엄청나기도 했고. 그래서 자격이 되는지 생각했어요. 맨날 내 시간을 다 쓰긴 하지만, 정작 이 사람들에게 줄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게 힘든 시점마다 누군가 한 명씩 제게 와서 도와주시더라고요. 그 시점엔 지금의 편집장님이 오셨고요. 매주 커뮤니티의 좋은 글이나 정보 등을 모아서 주간 소식지를 발행해주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죠. 그래서 저는 매우 신기해요. 제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 것은 아닌데 그냥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면서 움직이다 보니 필요한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서요.
민주: 지금은 엄마일연구소로 수익을 내고 계시지 않잖아요. 혹시 언젠가 수익이 전환되는 모델로 운영하실 예정이 있으신지요?
영실: 정말 제 업으로 발전을 시키려면 최소한 5년 후가 될 것 같아요. 블로그처럼요. 5년 동안은 여기서 배우고 그다음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랄까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게 업이 되면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이걸로 수익이 나지도 않고, '수익을 내야지' 하면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냥 오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자,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무언가가 될 수 있어서 좋아요. 만약 미래에 업이 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엄마의 인생을 설계하는 코치 이영실
#프로그램_인생설계도
민주: 엄마일연구소 외의 다른 일도 하고 계신가요?
▲사진: 인생설계도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엄마들.
영실: 인생설계도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이건 엄마일연구소에서 진행하진 않고,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죠. 엄마를 대상으로 ‘강점’을 찾는 수업을 진행하는 거예요. 유료프로그램이고, 그래서 카페에서 대놓고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요.
민주: 그러면 어디서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나요?
영실: 인생설계도는 사실 블로그에만 오픈하고 카페에는 슬쩍 한 번 올려요.
#자신의_일을하기위해_운영하는_채널들
민주: 맞다, 꽤 오랫동안 해 오신 블로그가 있잖아요. 그 외에도 페이스북도 하시고요. 채널이 다양한 거 같아요. 각각 소개 좀 해주세요. 용도도 각기 다른 거 같아서요.
영실: 블로그는 좀 대외홍보용에 가깝죠. 블로그와 카페를 비교하면 카페는 폐쇄성이 강하잖아요. 누군가 유입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외부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는 블로그에 하고 있어요.
민주: 그에 따른 톤의 차이나 내용의 차이가 있을까요?
영실: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게 되고 가끔 정보성 글을 넣어서 신규유입을 유도하죠.
민주: 카페는요?
영실: 카페는 처음엔 약간 팬카페 같은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그게 많이 사라졌어요. 큰 공동체만 남아서 저는 그냥 그림자 같은 역할만 하죠. 제가 주로 올리는 글은 리더나 스탭을 위한 운영 글 또는 안부를 전하는 일상 글이 전부에요.
민주: 어느 정도 스스로 돌아가는군요. 페이스북은 어떤가요?
영실: 페이스북은 비스타의 브랜드유를 배우면서 그 내부 로직을 배우고 6개월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하려면 페이스북을 해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다만 페북은 정보성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걸 알았는데, 그걸 계속하기엔 여력이 없었어요.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고요. 저는 한 사람을 굉장히 오래 만나는 편인데, 페북은 뭔가 외향성이 높고 여러 사람을 두루두루 사귀는 사람이 적합한 매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최신 글들 올라온 것만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댓글을 달고 하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들어오는 정보가 소화되지도 않고요. 제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았어요. 여력이 있으면 하는 게 좋긴 하겠고, 실제로 영향력도 굉장히 높지만… 들어가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거 같아요.
민주: 인스타그램도 하시잖아요.
영실: 인스타는 그냥 개인 일상을 올려요. 저는 좀 긴 호흡의 글을 쓰는 편이라서 일기처럼 남기는 용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모든 채널을 나를 알리는 용으로 쓰려니 너무 피로하기도 하고, 블로그가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인스타를 통해 간단한 제 기록을 여러날 올리고, 그걸 모아서 블로그에 다시 쓰는 식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민주: 이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쓰시는 건 블로그겠네요.
영실: 그렇죠. 블로그 안에서도 네트워크가 있기도 하고, 실제로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 블로그를 보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요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게 돼요.
민주: 이 블로그도 처음부터 잘하시진 못하셨을 거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영실: 제가 예전에 하던 일도 자영업이라서 그때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 일을 하면서 고비들이 참 많았는데, 그걸 뚫고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엔 나를 잘 알리는 거였으니까요. 포트폴리오나 경험치, 실력 다 높게 쌓으려고 했지만 나를 알릴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다 소용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다 나의 일을 준비하려고 할 때쯤에 바로 달리려면 홍보력과 마케팅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블로그든 SNS 채널이든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 시간과 능력이 기반이 되는 때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조금씩 노력해 오다가 중간에 블로그 교육을 받으면서 업그레이드되는 시기가 있었고. 두 세줄씩 일기를 쓰다가 점점 호흡이 긴 글을 쓸 힘이 생겼던 거 같아요.
엄마 일 이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재미를_쫓아_새벽을_열다
민주: 경력단절의 경험도 대표님과 무관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엄마가 되기 전에요.
▲사진: 풍선아트 강의할 때 찍었던 기념사진
영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풍선아트를 강의했어요. 행사도 기획하면서요.
민주: 어떻게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계셨네요.
영실: 저도 그게 요즘엔 놀랍더라고요. 물론 그 전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알게 된 풍선아트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한 7년 정도를 풍선아트 강사로 일했어요. 그러다 오프라인 강의장을 정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거래처가 있어서 강의를 했죠. 근데 갑자기 재미가 확 없어지더라고요. 아이가 둘이나 생기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코칭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거 같아요. 블로그에 계속 글을 쓰고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고민을 하면서요. 애를 키우고 나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풍선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5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고민했죠. ‘무슨 일이 있을까’, ‘나는 뭘 잘 할 수 있을까?’
민주: 왜 새벽이었어요?
영실: 아이를 키우면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어요. 그냥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새벽이 제일 좋을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4시에 일어나보니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이 2~3시간 정도 생기는 게 좋았어요. 그때 뭔가 더 해볼 수 없을까 고민했고 5년 뒤에 애기가 크면 어딘가 나가야 하니까 남들이 좋다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리고 그런 걸 계속 기록했죠. 그 끝에 드림브랜딩을 만났고요.
민주: 드림브랜딩을 하면서 엄마일연구소 카페를 여신 거예요?
영실: 네, 그때 제가 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카페도 열게 되었죠. 2016년 8월에 인숙쌤을 만났으니까, 10월에 브랜드 유까지 해서 1월에 끝났고, 그때 드림브랜딩 콘텐츠를 저한테 오픈해 주셨어요. 인숙쌤은 콘텐츠를 전해주시면서 바로 한 번 엄마들을 대상으로 열어보라고 하셔서 2월에 첫 모임을 열었어요. 아직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수익을 내며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 달에 두 번씩 모임을 계속했어요. 그렇게 한 6개월 하고 10월달에 정식으로 프로그램을 열었죠. 저는 저대로 계속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발전시켜서 ‘인생설계도’ 프로그램이 자리잡게 되었어요.
민주: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영실: 드림브랜딩을 들으면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풍선아트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강의하고 세미나를 열고 하는 일도 제가 했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도 그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풍선에서 엄마로 내용만 달라진 거죠. 기술은 오히려 금방 채울 수 있고, 무형의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능력들은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일이라는 것도 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절히 모여서 하나가 나오는 거고 기술만 있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너무 신기했고, 제가 이런 변화에 닿을 수 있던 게 반가웠죠.
인숙쌤께도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얘기를 많이 해요. 만약 그때 못 들었다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모아놓은 자원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시작하게 된 거잖아요. 그때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을 모아 뭔가를 계속해보고 싶었고요.
#꾸준하게_솔직하게_삶을_운영한다는_것
민주: 그러고 보니 말씀하셨던 것처럼 일반적인 리더의 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을 찾고 대표님도 꾸준히 일을 해 오고 계시는 거 같아요. 왜 사람들이 대표님에게 끌리는 걸까요?
▲사진: 가장 대표님스러운 사진을 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은 멘트를 날리며 보내주신 사진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빛나게 해주는 일을 할 때, 그들이 모여 더 큰 빛을 내게 할 때 제가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영실: 저한테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꾸준함인 거 같아요. “도대체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계속하실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그리고 어디선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런 기대를 하고 저를 구독하고 계속 팔로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 같아요. 저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시기도 하는 거 같고요. ‘자꾸 보다 보면 비슷해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서, 뭔가 카페인 같대요. 자극제가 된다고 해요. 누워있는 자신의 엉덩이를 뻥하고 차는 언니 같다고도 하시고요. 사실 최근에는 그렇게 열심히 새벽에 글을 쓰거나 하지 못하는데도 그 이미지가 계속 박혀있는 거 같더라고요.
민주: 어떻게 그 이미지가 계속 유지되는 걸까요?
영실: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브랜딩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쌓는 거잖아요. 저는 글을 올릴 때 제가 잘한 것만 올리지 않았어요. 이번 주에 책을 못 읽었다면 그냥 못 읽었다고 썼어요. 잘 못 했던 것도 꾸준하고 솔직하게 밝히는 거죠. 제가 색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한 번에 어필하는 사람도 아니 거든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고, 전에는 그게 굉장히 불만이었어요. 어딜가나 한 번에 주목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나는 저렇게 안 될까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이게 나의 색이라는 걸 알게 된 거 같아요. 은은히 오래 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인 거죠.
민주: 요즘엔 또 뭔가를 배우거나 새롭게 준비하시는 게 있을까요?
영실: 하반기에는 구글캠퍼스에 스타트업 교육을 신청해보려고 해요. 작년에는 아이템이 없어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잘 준비해서 또 지원하려고요. 그리고 모임과 강의를 좀 더 정기적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상반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했는데, 제가 뭔가 강의를 더 열고 싶으신 분들에게 자리를 만들어드리려고 해요. 제가 처음에 모임을 만들어서 업을 시작했듯이, 다른 분들도 뭔가 강의를 하실 수 있게요. 보통은 본인들이 사람을 모을만한 채널이 없고, 저는 그거의 답답함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 링크 역할을 카페가 해줄 수 있을 거 같고, 해주고 싶어요. 제가 연결고리가 되어서 엄마들에게 뭔가 동기부여를 하게 해줄 수 있기를, 기회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장을 열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게 꼭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두 시간여의 인터뷰였는데, 영실 대표님은 한번 지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인터뷰가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하시는 듯 계속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에너지가 느껴졌달까요. 사실 일반적인 리더의 상이랑 좀 벗어나 있다고 얘기는 하셨지만, 제가 느끼는 건 조용하지만 매우 분명하고 밝게 에너지를 뿜어내시는 분이구나 하는 거였죠. 그 차분함이 어쩌면 ‘이건 정말 진심이구나. 이 사람은 정말 오래 해내겠구나’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실 대표님께 마지막으로 엄마로 살고, 일하는 여성으로 살다 문득 사람 이영실로 살기 위해 잊지 말아야지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보았습니다. 대표님은 재미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지속적인 기록을 꼽으셨습니다. 두 가지 다 ‘나다움’을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면서요.
저도 그 내용을 들으면서 언제까지고 글 쓰는 걸 즐겁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꿈이라고 말했었죠. 그리고 그런 엄마가 되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으면 싶다고도. 그래서 공감이 되었고, 한 편으로 영실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 꿈을, 특히 엄마로서의 꿈을 구체화하는 그런 인터뷰로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이영실 대표님은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혹시 여러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이나, 엄마의 일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계정들을 참고하셔서 찾아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블로그: https://successmate.blog.me/
카페: https://cafe.naver.com/balloonlecture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s.successmate
편집자인 제 꿈 중 하나는, 아들 둘 낳아 기르면서 제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뭐랄까, 아들한테 멋있다고 인정받는 엄마가 되고 싶달까요. 물론 26살밖에 안 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겠죠. 엄마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내 일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아들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도 문제고요. 그렇지만 꿈은 꿈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일 연구소 이영실 대표님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엄마일 연구소는 ‘진짜 나’로 살아가고픈 엄마들의 커뮤니티입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신 대표님은 인터뷰 시간으로는 화요일 10시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방학이 아니어서 초등학교에 보낸 그 뒤에 봐야 했고, 그래도 3시쯤에나 돌아오는 화요일이 가장 여유롭다고 하시면서요. 역시 엄마의 일은 아이들을 보낸 뒤에 시작되는 거구나 새삼스레 생각하면서, 시간에 맞춰 대표님 자택 근처의 브라하로 향했습니다.
#엄마_다음의_삶을_꿈꾼다는_것은...
민주: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들 바래다주시고 오신 건가요?
영실: 네, 아이들 보내고 왔어요. 학교가 아직 방학이 아니라서요. 8월이 와야 방학이 시작되거든요. 애들이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챙겨주고 왔죠.
민주: 그러면 지금이 엄마 다음의 시간일까요? 그 페이스북에서 보면 “강의 기획/ 강점코칭/ 블로그 멘토링으로 엄마 다음의 삶을 제안한다고 하셨거든요. 이 내용을 보면서 지금 영실대표님은 어떻게 엄마 다음의 삶으로 나아가고 계시는지 궁금했어요.
영실: (웃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의 ‘엄마 다음의 삶’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아직 큰 애가 3학년이거든요. 중학생은 되어야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고. 지금도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하고요. 엄마란 이름을 가지게 되면 떼어낼 수 없는 거 같아요. 애들 키우면서 지금도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성인이 되면 대학 걱정, 취직 걱정, 결혼 걱정 등을 하게 되니까요.
민주: 엄마란 이름을 떼어낼 수 없어서 아마 계속 엄마의 역할을 이어나가긴 해야 할 테지만, 그동안 엄마는 본인의 삶을 살지 못하는 걸까요?
▲사진: 영실대표님과 두 딸의 어린시절
영실: 아뇨, 집중적으로 아이한테 나를 투입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한 10년 정도 돼요. 그 시기가 지나면 확실히 조금씩 분리가 되고요, 어느 정도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지금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 충실해야 하는 건 맞는데, 어느 정도 크고 난 뒤에도 저는 계속 저로 살아가야 하니까 엄마 이후(=역할의 무게가 조금 덜 해지는 때)의 삶에서도 나를 잃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내 일을 너무 하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아주 조금씩 짬을 내서라도 준비하게 된 이유였던 거 같아요.
민주: 어떤 뭔가 큰 계기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달라져야겠다고 느낀?
영실: 아이를 낳으면, 사실 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느낌이 반복적으로 들거든요. 종일 꼬맹이 하나를 안고 먹고 자느라 나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약간 정신을 차리게 되면 되게 허무해질 때도 있고요. 그게 제가 힘들어질 때마다 횟수나 강도가 커져요. 어느 순에 '나를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냥 나로서 즐겁게 살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거 같고요.
#엄마에게도_아이에게도_캠프가_필요하다
민주: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캠프도 가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게 가족끼리 소소하게 가는 건 줄 알았는데, 대표님이 여시는 행사였더라고요!
▲사진: 엄마일연구소 <미드썸머캔들나잇> 캠프
영실: 아, 엄마일연구소 캠프였어요. 사람이 꽤 많았죠. 가족 단위행사로 한 35명 정도가 1박 2일로 떠났어요. 가족으로는 12가족 정도? 아빠는 오지 않고 엄마와 아이들로만요.
민주: 아빠들도 즐거운 한때를 보내셨겠군요.
영실: 그렇죠. 이게 엄마들이 밤새도록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캠프이기도 하거든요. 엄마들끼리 모임 같은 건 많이 하는데 세미나든 모임이든 사실 시간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어린이집이 끝나면 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죠. 아이가 없으면 밤새도록 수다 떨고 놀 수 있지만, 이젠 그럴 시간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충분히 푹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갈증이 있다고나 할까요? 엄마일연구소 모임할 때마다 굉장히 아쉬웠어요. 그래서 농담으로 우리 1박 2일로 놀러 가자고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게 정말 말처럼 되어버린 거죠.
민주: 어떻게요?
영실: 카페 멤버 중에 숲 학교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어요. 정모할 때 한 번 놀러 오라고 하셨고요. 그렇게 가볍게 나온 말에서 시작되어 제가 어느새 캠프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원래 숲 학교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엄마들과 함께 하는 건 여태껏 없어서 행사를 열어주시는 숲학교 측에서도 긴장을 많이 하셨고 저도 세네 시간이 아니라 하룻밤 동안 진행하는 행사다 보니 걱정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끝나서 다들 좋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민주: 또 여실 생각이신 거 같은데요?
영실: 가을에 또 갈 생각이에요.
민주: 계절 바뀔 때마다 가면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좋겠네요.
영실: 그렇죠. 원래 숲 학교에서는 사계절 1년 수업이 이뤄져서 아이들이 계절을 배우기 상당히 좋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은 꼭 가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제 후기를 적다 말고 초대해주신 숲학교 대표님께 가을에 날짜 하루 빼주셔야겠다고 말씀도 드렸죠(웃음).
#그렇다면_엄마일연구소는_어떤곳일까?
▲사진: 엄마일연구소 로고
민주: 그렇게 엄마들이 모이는 곳, 엄마일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영실: 엄마들의 자기계발 커뮤니티라고 말하면 다들 빠르게 이해하시는 편인 거 같아요. 다만 그건 편의성을 높인 설명이고, 그 안에 들어오신 분들은 굉장히 내부 분위기가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자기계발에 보통 중점을 둔 커뮤니티는 자극을 서로에게 주고받는 느낌이라 약간 결이 다르다고들 많이 얘기해 주셨어요.
민주: 아무래도 엄마들의 커뮤니티이기 때문일까요?
영실: 엄마들은 매일매일 채찍질하면서 달릴 수가 없잖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아프기도 하고, 그러면 제가 뭔가 계획을 세밀하게 아무리 짜놔도 자꾸 멈추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굉장히 자주 일어나서 좌절감이 크게 오거든요. 그러면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자기를 내려놓게 돼요. 벼룩처럼요. 벼룩이 원래 자기 키의 40배를 뛰는데, 유리병에 갇히면 자기가 딱 그만큼밖에 못 뛰는 줄 알고 유리병을 치워줘도 원래만큼 못 뛴다잖아요. 딱 그런 모습이죠.
민주: 일반적인 커뮤니티와는 다를 수밖에 없겠네요. 좀 더 관용적이고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보듬어주는 분위기일 거 같고.
영실: 일반사회 그룹이었다면 자기계발에 열심히 안 하는 핑계를 대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면 소외되기도 하고 낙인이 찍히거나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어요. 여기는 엄마의 역할을 집에서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그 전처럼 나의 계발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거죠. 다 같은 마음인 거잖아요. 서로를 다독이게 되는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요.
#엄마의_일이란?
민주: 왜 엄마의 일에 주목하셨을까요?
영실: 경제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제력이 어느 정도 집안의 목소리 크기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전업주부가 되면 어느 정도 위축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자꾸 택배 박스 숨기고, 식기 같은 걸 사면 가족들에게 가격을 줄여서 말하게 되기도 하고요. 경제력이 없으면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해, 엄마가 되어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처음에 엄마의 ‘일’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돈을 벌 수 있는 업이라고 먼저 생각했죠.
민주: 엄마의 일에 대한 다른 정의가 있었나요?
영실: 이후에 엄마들을 많이 만나면서 저는 ‘일’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았어요.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자리,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통해 집 밖에서도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을 받는 것이 엄마들이 바라는 일의 형태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말 그대로 엄마의 일, 아이를 잘 키우고 살림을 잘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으시는 분도 많았고요. 그래서 엄마의 일이라는 의미가 제 안에서도 많이 확장되었어요. 자신이 추구하는 엄마의 일을 통해 다양하게, 즐겁게, 풍성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게 되었죠.
#엄마일연구소는_어떻게_돌아가는_걸까?
▲사진: 엄마일연구소 내에서 발행되는 성장레터
민주: 엄마일연구소는 카페의 형태로 존재하잖아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뭔가 영실 대표님이 꿀팁 같은 것을 공유하는 건가요?
영실: 음, 제가 정보를 드리는 건 딱히 없는 거 같고요, 딱 커뮤니티처럼 판만 있고 셀프로 다 진행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새벽 미션의 경우에는, 처음에 새벽 리더가 있어서 기수를 모집해요. 신청을 받을 때 ‘미션에 도전하는 이유’를 적어달라고 하죠. 월초에 그걸 적고 아침에 ‘인증 글을 올려주세요’라면서 전체 흐름만 잡아줘요. 매일 매일 인증 글을 쓰게 만들고, 그렇게 참여한 한 주를 기반으로 주간리뷰를 작성하게끔 공지해주고요. 이렇게 한 달을 하게 되는 거죠.
민주: 그런 새벽 미션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예요?
영실: 제가 블로그 할 때 그렇게 했었어요. 당시에는 모르고 했었는데 나중이 되니 코칭 프로세스와 접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죠. 동기를 유발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프로세스요.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움직여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왜 그걸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글을 주기적으로 쓰게 만들었던 거니까요. 목표점을 찍고 내가 거기에 닿게끔 내적 동기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 하는 거죠.
민주: 대표님이 산 증인이신 거네요, 이 프로그램이 좋다는.
▲사진: 영실 대표님이 작성했던 새벽기상 기록표, 모두 디지털로 기록되어 있다.
영실: 이걸 할 때 정말 솔직하게 적었거든요, 그게 아마 결과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늦잠을 자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런 부분도 적어요. 당시 내 감정이 어땠는지, 어떻게 늦잠을 잤던 건지도요. 그리고 금요일까지 5개를 쓰고 나면 주말에 리뷰를 해요. '목요일, 금요일에는 늦게 일어났구나. 월/화/수에 우리 애들이 독감에 걸려 밤을 새서 그랬구나. 못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구나.' 이렇게 기록을 통해서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그 덕에 나를 토닥토닥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걸 4번 반복하면 매월 기록이 나오는 거고요.
민주: 그럼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을까요?
영실: 새벽 미션을 처음 오픈하니 50명 넘게 지원하셨어요. 그 인원을 나누고 각자의 작은 팀으로 꾸려가다 보니, 그 안에서 각자 도전하고픈 작은 프로젝트로 갈래가 나뉘더라고요. 같이 책 읽고 싶어요, 같이 운동하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하나둘씩 미션이 늘어가서, 다양한 영역의 미션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각자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며 독서습관을 만들어가는 혼독, 감정을 기록하며 오늘의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감정일기, 독서리뷰 쓰다가 모인 진짜 마라톤 등 내면과 외면을 채우는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제는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를 가지고 와서 직접 미션 리더를 해보겠다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요. 제가 꼭 정보를 주지 않더라도 자신들끼리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하시고요. ‘그 문제에는 이 유튜브를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 문제에는 A블로그의 글 좋았던 거 같아요’ 이런 식으로. 그래서 제 역할은 뭔가 끌어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판을 깔아드리고 뭔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거 같아요.
#시행착오는_없었을까?
민주: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대표님 개인적으로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나요?
영실: 1년쯤 될 무렵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일반적인 리더 상에 제가 맞는 거 같지 않아서요. 카페에 모이신 분들의 커리어가 엄청나기도 했고. 그래서 자격이 되는지 생각했어요. 맨날 내 시간을 다 쓰긴 하지만, 정작 이 사람들에게 줄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게 힘든 시점마다 누군가 한 명씩 제게 와서 도와주시더라고요. 그 시점엔 지금의 편집장님이 오셨고요. 매주 커뮤니티의 좋은 글이나 정보 등을 모아서 주간 소식지를 발행해주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죠. 그래서 저는 매우 신기해요. 제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 것은 아닌데 그냥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면서 움직이다 보니 필요한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서요.
민주: 지금은 엄마일연구소로 수익을 내고 계시지 않잖아요. 혹시 언젠가 수익이 전환되는 모델로 운영하실 예정이 있으신지요?
영실: 정말 제 업으로 발전을 시키려면 최소한 5년 후가 될 것 같아요. 블로그처럼요. 5년 동안은 여기서 배우고 그다음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랄까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게 업이 되면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이걸로 수익이 나지도 않고, '수익을 내야지' 하면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냥 오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자,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무언가가 될 수 있어서 좋아요. 만약 미래에 업이 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프로그램_인생설계도
민주: 엄마일연구소 외의 다른 일도 하고 계신가요?
▲사진: 인생설계도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엄마들.
영실: 인생설계도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이건 엄마일연구소에서 진행하진 않고,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죠. 엄마를 대상으로 ‘강점’을 찾는 수업을 진행하는 거예요. 유료프로그램이고, 그래서 카페에서 대놓고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요.
민주: 그러면 어디서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나요?
영실: 인생설계도는 사실 블로그에만 오픈하고 카페에는 슬쩍 한 번 올려요.
#자신의_일을하기위해_운영하는_채널들
민주: 맞다, 꽤 오랫동안 해 오신 블로그가 있잖아요. 그 외에도 페이스북도 하시고요. 채널이 다양한 거 같아요. 각각 소개 좀 해주세요. 용도도 각기 다른 거 같아서요.
영실: 블로그는 좀 대외홍보용에 가깝죠. 블로그와 카페를 비교하면 카페는 폐쇄성이 강하잖아요. 누군가 유입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외부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는 블로그에 하고 있어요.
민주: 그에 따른 톤의 차이나 내용의 차이가 있을까요?
영실: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게 되고 가끔 정보성 글을 넣어서 신규유입을 유도하죠.
민주: 카페는요?
영실: 카페는 처음엔 약간 팬카페 같은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그게 많이 사라졌어요. 큰 공동체만 남아서 저는 그냥 그림자 같은 역할만 하죠. 제가 주로 올리는 글은 리더나 스탭을 위한 운영 글 또는 안부를 전하는 일상 글이 전부에요.
민주: 어느 정도 스스로 돌아가는군요. 페이스북은 어떤가요?
영실: 페이스북은 비스타의 브랜드유를 배우면서 그 내부 로직을 배우고 6개월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하려면 페이스북을 해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다만 페북은 정보성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걸 알았는데, 그걸 계속하기엔 여력이 없었어요.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고요. 저는 한 사람을 굉장히 오래 만나는 편인데, 페북은 뭔가 외향성이 높고 여러 사람을 두루두루 사귀는 사람이 적합한 매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최신 글들 올라온 것만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댓글을 달고 하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들어오는 정보가 소화되지도 않고요. 제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았어요. 여력이 있으면 하는 게 좋긴 하겠고, 실제로 영향력도 굉장히 높지만… 들어가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거 같아요.
민주: 인스타그램도 하시잖아요.
영실: 인스타는 그냥 개인 일상을 올려요. 저는 좀 긴 호흡의 글을 쓰는 편이라서 일기처럼 남기는 용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모든 채널을 나를 알리는 용으로 쓰려니 너무 피로하기도 하고, 블로그가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인스타를 통해 간단한 제 기록을 여러날 올리고, 그걸 모아서 블로그에 다시 쓰는 식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민주: 이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쓰시는 건 블로그겠네요.
영실: 그렇죠. 블로그 안에서도 네트워크가 있기도 하고, 실제로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 블로그를 보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요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게 돼요.
민주: 이 블로그도 처음부터 잘하시진 못하셨을 거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영실: 제가 예전에 하던 일도 자영업이라서 그때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 일을 하면서 고비들이 참 많았는데, 그걸 뚫고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엔 나를 잘 알리는 거였으니까요. 포트폴리오나 경험치, 실력 다 높게 쌓으려고 했지만 나를 알릴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다 소용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다 나의 일을 준비하려고 할 때쯤에 바로 달리려면 홍보력과 마케팅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블로그든 SNS 채널이든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 시간과 능력이 기반이 되는 때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조금씩 노력해 오다가 중간에 블로그 교육을 받으면서 업그레이드되는 시기가 있었고. 두 세줄씩 일기를 쓰다가 점점 호흡이 긴 글을 쓸 힘이 생겼던 거 같아요.
#재미를_쫓아_새벽을_열다
민주: 경력단절의 경험도 대표님과 무관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엄마가 되기 전에요.
▲사진: 풍선아트 강의할 때 찍었던 기념사진
영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풍선아트를 강의했어요. 행사도 기획하면서요.
민주: 어떻게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계셨네요.
영실: 저도 그게 요즘엔 놀랍더라고요. 물론 그 전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알게 된 풍선아트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한 7년 정도를 풍선아트 강사로 일했어요. 그러다 오프라인 강의장을 정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거래처가 있어서 강의를 했죠. 근데 갑자기 재미가 확 없어지더라고요. 아이가 둘이나 생기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코칭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거 같아요. 블로그에 계속 글을 쓰고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고민을 하면서요. 애를 키우고 나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풍선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5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고민했죠. ‘무슨 일이 있을까’, ‘나는 뭘 잘 할 수 있을까?’
민주: 왜 새벽이었어요?
영실: 아이를 키우면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어요. 그냥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새벽이 제일 좋을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4시에 일어나보니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이 2~3시간 정도 생기는 게 좋았어요. 그때 뭔가 더 해볼 수 없을까 고민했고 5년 뒤에 애기가 크면 어딘가 나가야 하니까 남들이 좋다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리고 그런 걸 계속 기록했죠. 그 끝에 드림브랜딩을 만났고요.
민주: 드림브랜딩을 하면서 엄마일연구소 카페를 여신 거예요?
영실: 네, 그때 제가 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카페도 열게 되었죠. 2016년 8월에 인숙쌤을 만났으니까, 10월에 브랜드 유까지 해서 1월에 끝났고, 그때 드림브랜딩 콘텐츠를 저한테 오픈해 주셨어요. 인숙쌤은 콘텐츠를 전해주시면서 바로 한 번 엄마들을 대상으로 열어보라고 하셔서 2월에 첫 모임을 열었어요. 아직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수익을 내며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 달에 두 번씩 모임을 계속했어요. 그렇게 한 6개월 하고 10월달에 정식으로 프로그램을 열었죠. 저는 저대로 계속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발전시켜서 ‘인생설계도’ 프로그램이 자리잡게 되었어요.
민주: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영실: 드림브랜딩을 들으면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풍선아트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강의하고 세미나를 열고 하는 일도 제가 했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도 그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풍선에서 엄마로 내용만 달라진 거죠. 기술은 오히려 금방 채울 수 있고, 무형의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능력들은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일이라는 것도 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절히 모여서 하나가 나오는 거고 기술만 있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너무 신기했고, 제가 이런 변화에 닿을 수 있던 게 반가웠죠.
인숙쌤께도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얘기를 많이 해요. 만약 그때 못 들었다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모아놓은 자원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시작하게 된 거잖아요. 그때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을 모아 뭔가를 계속해보고 싶었고요.
#꾸준하게_솔직하게_삶을_운영한다는_것
민주: 그러고 보니 말씀하셨던 것처럼 일반적인 리더의 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을 찾고 대표님도 꾸준히 일을 해 오고 계시는 거 같아요. 왜 사람들이 대표님에게 끌리는 걸까요?
▲사진: 가장 대표님스러운 사진을 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은 멘트를 날리며 보내주신 사진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빛나게 해주는 일을 할 때, 그들이 모여 더 큰 빛을 내게 할 때 제가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영실: 저한테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꾸준함인 거 같아요. “도대체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계속하실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그리고 어디선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런 기대를 하고 저를 구독하고 계속 팔로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 같아요. 저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시기도 하는 거 같고요. ‘자꾸 보다 보면 비슷해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서, 뭔가 카페인 같대요. 자극제가 된다고 해요. 누워있는 자신의 엉덩이를 뻥하고 차는 언니 같다고도 하시고요. 사실 최근에는 그렇게 열심히 새벽에 글을 쓰거나 하지 못하는데도 그 이미지가 계속 박혀있는 거 같더라고요.
민주: 어떻게 그 이미지가 계속 유지되는 걸까요?
영실: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브랜딩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쌓는 거잖아요. 저는 글을 올릴 때 제가 잘한 것만 올리지 않았어요. 이번 주에 책을 못 읽었다면 그냥 못 읽었다고 썼어요. 잘 못 했던 것도 꾸준하고 솔직하게 밝히는 거죠. 제가 색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한 번에 어필하는 사람도 아니 거든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고, 전에는 그게 굉장히 불만이었어요. 어딜가나 한 번에 주목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나는 저렇게 안 될까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이게 나의 색이라는 걸 알게 된 거 같아요. 은은히 오래 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인 거죠.
민주: 요즘엔 또 뭔가를 배우거나 새롭게 준비하시는 게 있을까요?
영실: 하반기에는 구글캠퍼스에 스타트업 교육을 신청해보려고 해요. 작년에는 아이템이 없어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잘 준비해서 또 지원하려고요. 그리고 모임과 강의를 좀 더 정기적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상반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했는데, 제가 뭔가 강의를 더 열고 싶으신 분들에게 자리를 만들어드리려고 해요. 제가 처음에 모임을 만들어서 업을 시작했듯이, 다른 분들도 뭔가 강의를 하실 수 있게요. 보통은 본인들이 사람을 모을만한 채널이 없고, 저는 그거의 답답함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 링크 역할을 카페가 해줄 수 있을 거 같고, 해주고 싶어요. 제가 연결고리가 되어서 엄마들에게 뭔가 동기부여를 하게 해줄 수 있기를, 기회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장을 열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게 꼭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두 시간여의 인터뷰였는데, 영실 대표님은 한번 지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인터뷰가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하시는 듯 계속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에너지가 느껴졌달까요. 사실 일반적인 리더의 상이랑 좀 벗어나 있다고 얘기는 하셨지만, 제가 느끼는 건 조용하지만 매우 분명하고 밝게 에너지를 뿜어내시는 분이구나 하는 거였죠. 그 차분함이 어쩌면 ‘이건 정말 진심이구나. 이 사람은 정말 오래 해내겠구나’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실 대표님께 마지막으로 엄마로 살고, 일하는 여성으로 살다 문득 사람 이영실로 살기 위해 잊지 말아야지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보았습니다. 대표님은 재미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지속적인 기록을 꼽으셨습니다. 두 가지 다 ‘나다움’을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면서요.
저도 그 내용을 들으면서 언제까지고 글 쓰는 걸 즐겁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꿈이라고 말했었죠. 그리고 그런 엄마가 되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으면 싶다고도. 그래서 공감이 되었고, 한 편으로 영실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 꿈을, 특히 엄마로서의 꿈을 구체화하는 그런 인터뷰로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이영실 대표님은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혹시 여러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이나, 엄마의 일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계정들을 참고하셔서 찾아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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