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피플 Vol.11 포토그래퍼 이홍석



비스타 피플은 이런 분들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공감대를 이루거나 자극을 줄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 자기만의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즐겁게 자기 일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이번 8월은 포토그래퍼로서 3년, 필름팔레트라는 웨딩 촬영 업체의 공동창업자로 1년, 카메라를 들고 자기 일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이홍석 포토그래퍼를 만나보았습니다. 포토그래퍼가 되기까지의 노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것들, 사업을 하기 전에, 특히 동업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들 등 다양한 인사이트를 알려주었던 이홍석 포토그래퍼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포토그래퍼 이홍석

#포토그래퍼가_되기로_하다

민주: 저는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난 애초에 예쁜 사진을 찍을 감각 같은 건 없는 거 아닐까?'하는 마음도 들고요. SNS를 하는 제 주위분들도 사진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홍석님은 이제 3년차잖아요. 홍석님이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도 저와 같은 때가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홍석: 아, 저도 원래부터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사진을 잘 찍었던 건 아니에요. 예전에는 포토그래퍼로 일하기도 싫었어요.

민주: 왜 포토그래퍼로 일하기 싫었어요?


ⓒ포토그래퍼_이홍석

홍석: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촬영을 하는 게 품은 많이 드는데 결과를 보면서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항상 만족하지 못하니까 왜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맨날 촬영 준비, 모델 섭외, 스튜디오 대여, 소품 구매 등을 스스로 했는데 그러면 돈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이 일 자체에 거리를 좀 뒀던 것도 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애초에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싶었거든요. 촬영은 그냥 부업이자 취미란 생각이었죠. 그리고 정말 마케터로 한 2개월쯤 일하게 되니까 그 취미조차 조금은 부담이 되어서 거리를 두려고 했죠.

민주: 지금은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지 않잖아요. 콘텐츠 마케터에서 포토그래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홍석: 일이 생각과 아주 다르더라고요. 저는 배달의민족 같은 콘텐츠 마케팅을 하고 싶었는데, 정작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니까 엑셀을 맞추고 경품 돌리는 일 같은 걸 해야 했어요. 애초에 콘텐츠 마케터를 뽑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도 말이죠. 제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이 달라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이게 진짜 마케터가 맞나?' 고민하다 퇴사했어요

민주: 아, 그래서 아예 나오신 거군요. 그때부터 포토그래퍼가 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홍석: 포토그래퍼보다 영상회사나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걸 많이 생각했어요. 영상 알바를 많이 해봤으니까요. 그래서 이력서를 넣고 알바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 한 영상 회사 사장님을 만나고 얘기가 잘 되어서 영상 일을 이어나가게 됐죠.

민주: 그럼 포토그래퍼 일은요?

홍석: 영상 작업과 함께 사진 찍는 일도 취미로 계속했어요. 그런데 원래 포토그래퍼를 하는 학교 선배가 제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2017년 즈음에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왔어요. 이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제가 들어간 영상 회사가 야근이 일절 없었고, 주말 출근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촬영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민주: 그 선배는 원래 친했어요?

홍석: 학교 다닐 때 팀플에서 딱 한 번 봤어요. 원래 말하는 스타일이 직설적이라는 걸 잘 몰라서 전 좀 무서웠고, 내향적인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때 연락이 와서 많이 놀랐죠.

민주: 와, 한 번의 팀플이 그렇게 영향을 줬다니 신기하네요.


#포토그래퍼로_살아남기

민주: 일을 받는 건 그렇게 시작을 했어도, 지금까지 계속 그 일을 하려면 힘들었을 거 같아요. 포토그래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홍석: 어중간하게 가는 사람들은 보통 반년도 못 견뎌요. 기본적으로 잘 찍는 것도 중요하고 클라이언트 마음에 드는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민주: 아무래도 한 번 믿고 맡기게 되면 실력이 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도 잘 바꾸지 않을 거 같긴 해요.

홍석: 네, 그리고 트렌드에 맞는 포트폴리오 작업을 해놓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게 시간과 돈을 꽤나 쓰는 일이라 보통 각오로는 힘듭니다. 제가 그래도 몇 년간 봐 오면서 느낀 건, 실력이 포토그래퍼로 성공하는 단 하나의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잘 찍는 사람은 진짜 많거든요. 근데 그렇게까지 잘 찍지 않아도 더 잘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정도의 실력이 갖춰지면 그 이후부터는 인맥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또 환경적으로도 처음에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래 버티는 게 참 힘들긴 해요. 스튜디오에서 열정페이로 사람을 부리는 일이 팽배하거든요. 돈을 말이 세어나가지 않을 만큼만 조금씩 주면서 몇 개월씩, 몇 년씩 일을 시키고. 그렇게 일하다가 인맥이 생기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래가지 못해요.


ⓒ포토그래퍼_이홍석

특히 포토 쪽의 가장 큰 파트는 패션인데, 이 패션이 예전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네 시즌이 다 있었어요. 요즘엔 시즌을 반 토막을 내서 봄에 여름옷까지 찍고, 가을에 겨울옷까지 찍어요. 파이가 더 작아졌죠.

민주: 그렇게 작은 파이를 두고 치열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군요. 그럼 홍석님은 어떤 노력을 했나요?

홍석: 저는 제 선배가 소개해주는 일들이, 물론 다른 일들도 그렇지만, 정말 허투루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찍었는데 어떠냐’고 보여주면 막 울 정도로 지독하게 피드백을 해줬죠. 멘토 같은 사람이 있어야 했던 거 같아요. 그 덕에 기본기를 잡는 것도, 구도를 잡는 것도, 색을 조합하는 것도 계속 공부를 했죠.

민주: 색을 조합하는 거요?

홍석: 사진에 색감을 입히는 건데 예전에는 하나만 만들 수 있었어요. 이 색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데, 그게 적으면 그만큼 나의 사진을 찾는 사람들이 한정되더라고요. 

색감이 각기 다른 사진들/ ⓒ포토그래퍼_이홍석

촬영 순서도 예전에는 일단 손이 가는 대로 찍었는데, 이제는 풀샷을 먼저 잡고 점점 가까워지도록 거리를 잡고 찍게 되고. 여러 가지 디테일한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민주: 그럼 요즘엔 어떤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어요?

홍석: 예를 들어 제일 기본적인 건데, 머리카락이 삐져나오면 요즘엔 그렇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조금 더 세밀하게 완성도를 추구하는 게 달라진 거 같아요.


#내향적_포토그래퍼

민주: 프리랜서에, 특히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에 어울리는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홍석: 음, 일단 저처럼 내성적인 성격인 게 좋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현장을 가면 저랑 모델과의 일대일 촬영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도 있고 스탭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현장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소심하게 쭈뼛쭈뼛하게 일하면 제어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럼 막 말리는 기분이 들거든요. 사소한 거 하나둘씩 걸리면 제 표정에 드러나고, 모델은 제 표정을 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촬영 결과에 다 나와요.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일단 거기서는 무조건 옳다고 밀고 나가야 하는데, 아직 쉽진 않은 거 같아요. 표정 관리하는 건 나아졌지만요.

민주: 내향적인 성격인 사람이 포토그래퍼를 하는 것의 장점은 없을까요?

홍석: 말을 많이 안 하니까 말실수할 일이 적다는 것? 제가 웨딩 영상 촬영을 하러 가는데, 거기에도 또 사진기사님들이 있거든요. 그분들이 실수를 가끔 하세요. ‘신부 앞에서 저런 말을 왜 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서 제가 말이 적은 게 차라리 낫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또 모델들도 제가 말을 많이 안 하니까 편했다고 하더라고요.

민주: 장단점이 있을 수 있네요.

홍석: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 적도 있는데, 어차피 안 되더라고요. 그냥 내려놨어요. 말을 안 하더라도 지시를 명확하게 하면 현장 컨트롤 하는데 어렵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도 들고. 할 말 만 정확하게요.


#수익이_안되어도_SNS에_사진을_올리는_이유

민주: SNS 보면 사진 작업물을 틈틈이 올리시더라고요. 그런 프로필 사진들은 따로 의뢰가 들어오는 거예요?

ⓒ포토그래퍼_이홍석

홍석: 거기 올라오는 건 제가 촬영하자고 의뢰를 해서 찍은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인스타 DM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지인의 지인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아, 그리고 돈 받고 하는 촬영들은 잘 안 올려요. 그냥 제가 섭외하고 직접 기획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거죠. 그걸 보고 또 의뢰를 맡기기도 하니까요.

민주: 개인 광고효과가 되겠네요. 이런 연출을 할 수 있고, 이런 작업물을 낼 수 있다는.

홍석: 그런 광고 용도도 있지만, 나의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함이 더 커요. 안 찍으면 폼이 떨어지니까요.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 작업이죠. 또 어떤 큰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시안을 받게 되면 한 번 미리 비슷한 상황에서 찍어보는 것도 좋으니까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도 있고요.


#오랜_난제_어떤_포토그래퍼가_될_것인가

민주: 어떤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어요?

홍석: 아직은 그게 없어요. 돈이 되는 작품을 찍고 싶은 건지, 예술적인 걸 찍고 싶은 건지 혼란스러워요. 돈이 되는 걸 찍으려면 쇼핑몰 분위기를 보고 거기에 맞게 사진 시안을 찍어야 하는데, 그렇게 계속 찍다 보면 ‘내가 뭘 하는 거지?’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원하는 사진만 찍으면 ‘이게 돈이 되나…?’싶고요. 여전히 고민 중인 거죠.

그래도 하나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저는 감성적인 사진은 찍을 수 있는 거 같아요. 다만 이 감성 사진이 수요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프로필 문의가 가끔 오기는 하는데 쇼핑몰에서는 잘 연락이 안 오거든요.

민주: 음… 홍석님이 원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뭔가 가치 환산이 되는 경우, 그러니까 수익으로 연결이 되는 경지도 언젠가는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홍석: 그 경계를 아직 못 잡겠어요. 제가 찍은 것 중에 몇 개는 무신사에 올라가 있기도 한데, 그 사진이랑 다른 작업 사진이랑 비교해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거 같거든요. 근데 이건 돈이 되고 저건 돈이 덜 된다는 게…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필름팔레트 공동대표, 이홍석

ⓒ필름팔레트

민주: 필름팔레트라는 브랜드를 런칭하셨잖아요. 어떤 브랜드인가요?

홍석: 웨딩 시네마 그룹이라고…(웃음). 다채로운 색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담는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었죠. 베이스는 웨딩 DVD를 촬영해주는 거고요. 서브로는 행사 촬영을 많이 다녀요. 공연촬영도 다니고, 공공기관 행사촬영도 다니고. 특징이라면 우리는 감정을 좀 중요하게 담고 싶어서 영상에 클로즈업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죠.


#필름팔레트의_탄생배경

민주: 공동대표 아니에요? 누구랑 만드신 거예요?

홍석: 저를 포토그래퍼로 인도해 주었던 학교 선배와 팀플에서 만났다고 했잖아요, 그 팀플에 있던 다른 친구였어요. 그 친구와 함께 영상 촬영 알바를 많이 다녔죠.

민주: 그 팀플에 안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알바만 계속해도 되는데, 굳이 사업체를 차린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홍석: 돈 때문이죠. 우리가 알바를 한 번 갈 때 카메라를 한 대 들고 가면 18만 원, 두 대를 들고 가면 25만 원이에요.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간다면 알바로는 짭짤하죠. 그런데 이걸로 먹고 살려고 생각을 해봤더니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사장님이 남기시는 것도 꽤 되는 거 같은데, 우리는 그에 비하면 얼마 못 버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니까 같은 두 시간을 촬영해도 알바를 하면 18만 원인데, 지금은 54만 원이니까 훨씬 효율이 높아서 돈 생각하면 독립하길 잘 한 거 같아요.


#동업을_한다는_것은_말이야…

민주: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힘들었던 일이나, 이건 좀 먼저 알아볼 걸 싶은 일은 없었어요?

홍석: 일단, 동업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제가 혼자 실수하면 혼자 처리하면 되는데, 동업하니까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그것도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이 되잖아요. 또 저의 문제가 상대에게 전가되기도 하고요. 그런 게 처음이었어요. 좀 낯설더라고요. 그리고 서로 의견을 어떻게 나누고 수렴해야 하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좀 미리 생각을 해봤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제가 지금 업체 말고 다른 곳에서 제가 대형사고를 두 번 정도 친 적이 있어요. 2주 연속으로 신부의 퇴장 장면을 못 찍은 거죠. 그때는 사장님이 다 처리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사장인 거잖아요. 그 실수를 제 업체에서 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물론 아직까진 그런 실수는 없었지만요.

또 서로 커버를 해줘야 하는 게 분량적인 문제들도 있어요. 신부대기실, 접수대, 부모님 등 중점으로 찍어달라고 하는 부분들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런 분량들이 현장에 의해서든 뭐에 의해서든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신랑신부에게 뭐라고 할지도 생각을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사업을 할 때 필요한 일들, 대표적으로 세금 문제 같은 것도 어떻게 처리할지 몰랐어요.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해놨다면 엄청 편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요즘엔 국가지원사업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미리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죠. 장비 하나 사는 데 300~400만 원씩 드는 데 이거를 사비로 하면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국가지원사업을 땄으면 장비도 조금 덜 부담을 느끼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테니까요.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는 걸 조금 더 잘 이용할 걸'하는 아쉬움이 있죠. 지금이라도 받으려고 준비 중이긴 해요.


#상위_1프로를_향하여

민주: 지금은 어떤 목표로 일을 하고 있어요? 필름팔레트의 중단기적 목표가 궁금해요.

홍석: 당연히 상위 1프로가 되고 싶죠. 잘 나가는 업체는 한 번에 400만 원 도 받거든요. 물론 지금은 그러기 어려우니까, 한 건에 못 해도 150만 원은 받자고 목표를 잡았죠. 근데 그렇게 받는 곳들의 영상을 보면 ‘이러니까 이만큼 받는구나’ 싶어요. 외국웨딩 영상과 국내 탑 업체의 영상을 보면서 컷 연구를 많이 하죠. 비싼 오디오 레코더도 사고, 디테일 컷도 더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하고, 영상 색보정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외장레코더라고 영상을 따로 저장해서 후보정이 용이한 장비가 있는데 이걸 이용해서 신랑, 신부님들이 보기에 더 예쁜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색감적인 부분에서 노력해요. 결과적으로 장비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어요.

민주: 아직 살 게 많이 남았어요?

홍석: 큰 거는 몇 개 안 남았어요.

ⓒ필름팔레트

민주: 지금 그래도 꽤 홍보가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비결이 뭘까요?

홍석: 저희가 쌓아온 경험과 촬영, 편집이 나름 잘 먹힌 것도 있겠지만 초반에 정말 운 좋게 파워블로거들이랑 계약을 해서, 상위노출이 된 게 제일 큰 거 같아요.

민주: 그러면 지금은 아무리 적게 번다고 해도, 또 장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도 사업체를 안 했을 때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겠네요.

홍석: 아직 캐시백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막 대박이다 할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벤트 할인율도 줄이고, 퀄리티도 늘리면서 점점 안정성을 찾겠죠. 지금도 알바할 때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고 있긴 하고요. 1인분을 하는 정도는 된 거 같아요.




내 일을 책임지는 프리랜서로서의 이홍석


민주: 포토그래퍼 외에 또 다른 측면으로 지금 당장이나, 미래를 위해 생각하는 일이 있어요?

홍석: 이 일을 아주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름 3D고 몸을 쓰는 일이라 힘들거든요. 50살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뒤에 그래도 30년은 더 살 거잖아요.

일단 강의 준비를 할 생각도 해봤어요. 클래스 101 같은 곳도 있겠지만, 한 10년 정도 커리어를 쌓고 시간제 강사로, 교양수업 시간강사로라도 올라가 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까지 문턱이 높진 않은 거 같더라고요.

또 카메라 가방을 제작해볼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게 나와도 하나씩 모자란 게 있거든요. 캐릭터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래서 스마트스토어 스터디도 들었어요.


민주: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굳이 찾아보는 것이나 유지하는 습관이 있을까요?

홍석: 지하철에 가면 사람 얼굴이 크게 잡힌 광고물이 붙어있잖아요. 그걸 보면 캐치 라이트가 잡혀요. 조명을 어떻게 썼는지 볼 수 있죠. 소프트 박스라고 팔각형으로 생긴 것이나 사각형으로 생긴 장비도 있는데, 그것도 볼 수 있고요. 반사판을 몇 개 썼는지도 나와요. 보면서 이 정도를 쓰면 어느 정도의 보정을 거쳐 이런 사진이 나오는구나 대충 파악을 할 수 있죠.

또 핀터레스트를 보고 좋아하는 사진을 모아두는 것. 컬렉션이 생기면 꼼꼼하게 분석을 해 봐요. 어떤 빛을 이용했는지, 어떤 렌즈를 사용했는지, 컨셉은 무엇이었고, 의상은 어떻게 활용했는지도요.

마지막으로 시야를 자르는 상상을 많이 해요. 우리 시각이 굉장히 넓잖아요. 그걸 상상으로 일부러 잘라보는 거죠. 이 정도 까지만 프레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찍으면 예쁘겠구나 계속 생각해봐요.


인터뷰 오면서 찍었다며 보여준 사진/ ⓒ포토그래퍼_이홍석


/인터뷰를 마치며…

사실 개인 브랜딩 하면 SNS고, SNS 하면 또 사진을 빼놓을 수 없죠. 저는 그래서 늘 글을 쓸 때면 조금은 답답합니다. 내가 이미지를 조금만 더 잘 쓴다면 더 눈에 띄는 글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렇지만 카메라만 잡으면 도대체 구도가 뭐고 초점이 뭔지 영 모르겠더라고요. 뭔지 이해는 하는데 적용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예쁜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목에 카메라를 걸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약간은 멀찍이 놓아두었는데, 홍석님의 인터뷰를 하고 나니 ‘원래 사진은 어렵구나. 나만 어려운 게 아니고, 이렇게 일을 하는 사람도 처음엔 만족스럽지 않았구나’ 싶어서 약간은 안심이 됐던 거 같아요. 3년간 카메라를 들고 포토그래퍼로서 돌아다녔던 인사이트와 더불어, 아직은 어떤 포토그래퍼가 되겠다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말들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던 인터뷰였습니다.


홍석님의 SNS와 필름팔레트의 홈페이지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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